"입사할 때만 해도 똑똑하고 일 잘하던 여성 후배들이 결혼하고 애를 낳은 뒤 조금씩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때 참 안타깝다. 적어도 회사에서 만큼은 프로정신을 갖고 일해야 한다. "

외국계 특송업체 첫 여성 지사장으로 국내에선 성공한 여성 전문경영인으로 꼽히는 채은미 페덱스(FedEx)코리아 지사장(45)은 여성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강조했다. 지난 19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 여성기업인 컨퍼런스'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국제 여성기업인 컨퍼런스는 세계 여성리더들을 지원하기 위해 1996년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매년 각국의 성공한 여성기업인들을 초청해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행사다. 채 지사장은 이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다양성이 성장과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한국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고,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었다. 고령화로 65세 이상 인구가 7%를 차지하고,장애우들의 취업문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런 사회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잘 활용하는 게 앞으로 국가 경쟁력에도 중요하다. "

그는 특히 우수한 여성 인력 활용에 국가와 사회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취업 차별은 많이 사라졌다. 요즘은 사법시험이나 일부 기업 채용에서 여성이 더 많이 뽑히기도 한다. 문제는 취업 후 일하는 환경이다. "

채 지사장은 "나는 다행히 아들을 친정 어머니와 시어머니가 키워주셔서 직장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하는 여성의 육아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게 아니라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기업이 관련 제도를 적극 활용해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런 지원을 사회에 요구하려면 여성 자신들도 자기를 계발하고 프로근성을 갖는 데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며 "더구나 여성이란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남성 위주의 문화 속에서 나름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0여년간 매일 새벽 영어학원에 다니고,670명이 넘는 직원들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외우기로도 유명하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