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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가 있는 갤러리] 신대철 '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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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신대철 '박꽃'전문



    세상을 소란스럽게 하던 사람들은 모두 잠들었다. 벌침을 쏘듯 서로를 할퀴고 헐뜯던 난장(亂場)도 잠시 가라앉았다. 자연의 시간이다. 풀벌레들이 수런수런 깨어나고 박꽃이 핀다. 적막 속에 떠오르는 달.달빛 받은 박꽃이 숨막힐 듯 아름답다. 지붕마다 하얗게 박꽃 피던 시절이 있었다. 배고픔에 시달리며 산과 들을 쏘다니던 아이들.박꽃처럼 웃으며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올리던 동네 아주머니들.그 시절과 지금의 간격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풍요를 얻은 대신 경쟁과 자극에 시달린다. 눈 둘 곳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누구도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박꽃 핀 풍경은 너무 멀어 아득하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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