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인 씨티은행이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하지만 적자 규모는 당초 월가 예상치를 훨씬 밑돌아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고 CNN머니가 18일 보도했다.

전날 메릴린치는 월가 예상치보다 악화된 실적을 내놔 시장에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씨티은행은 이날 올 2분기에 24억9500만달러(약 2조7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에는 62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로써 씨티그룹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째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2분기 적자폭은 전 분기 51억3200만달러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은 116억달러로 집계됐다.

주당 순손실은 54센트로 월가의 당초 예상치인 61센트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의 263억달러보다 29% 줄어든 187억달러에 그쳤다. 실적 발표 후 열린 뉴욕 증시에서 씨티은행 주가는 19.29달러에 거래돼 전날보다 1.30달러가량 뛰었다.

말콤 폴리 스튜어트캐피털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씨티그룹의 실적이 금방 호전되진 않겠지만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융시장에 최악의 뉴스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메릴린치는 17일 뉴욕 증시가 끝난 뒤 "2분기 중 97억달러의 부실 자산을 상각해 46억5000만달러(주당 4.97달러)의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메릴린치는 작년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4분기 동안의 누적적자는 무려 185억8400만달러에 달한다. 메릴린치는 지난해 2분기에는 21억4000만달러(주당 2.24달러)의 순익을 냈었다.

메릴린치의 2분기 적자 규모는 월가의 예상보다 훨씬 커 웰스파고와 JP모건체이스의 실적 호조로 주춤했던 금융시장 불안감을 다시 고조시켰다.

월가에서는 메릴린치가 2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얼마 전 주당 1.91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메릴린치의 실제 적자폭은 이와 비교해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특히 자산 상각 규모가 월가 예상치(50억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메릴린치는 작년 3분기 이후 400억달러가량의 자산을 상각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주의 실적이 뉴욕 증시 움직임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다음 주 실적을 공개할 뱅크오브아메리카 워싱턴뮤추얼 와코비아은행 등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