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전용잔에 아로마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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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역,홍대입구 일대 맥주전문점마다 벨기에 맥주 '호가든(Hoegaarden)'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여성이 찜한 맥주'로 불리며 수입물량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유독 호가든이 인기를 끄는 것일까. 업계에선 호가든 특유의 맛은 물론 '잔 마케팅'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호가든이 별도로 제작한 전용잔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특정 맥주의 전용잔은 호가든만 있는 게 아니다. 유럽의 맥주 종가(宗家)들은 자사 맥주가 최고의 맛과 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용잔을 선보이고 있다. 무더운 여름 밤,가족 혹은 연인 친구와 함께 전용잔에 담긴 맥주로 목을 축이며 밤 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워보는 건 어떨까.
◆'호가든'의 육각잔ㆍ효모와 과일향에 취하다
'호가든 화이트'는 병 안에 효모가 살아 있는 화이트 맥주다. 또 코리안더(고수) 열매,오렌지 껍질 같은 이국적 원료들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약한 신맛의 과일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도 4.8도로 낮은 편이어서 여성들이 특히 선호한다.
호가든의 전용잔은 14세기 처음 등장했다. 육각형으로 모양도 특이하고 일반 맥주잔에 비해 두께가 두껍다. 이는 맥주의 차가움을 오래,맥주의 온도(9~10도)를 가장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귀족의 맥주 '에딩거'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의 귀족들은 바이젠(Weizen)으로 불리는 밀맥주를 즐겼다. 대표적인 바이젠 '에딩거(Erdinger)'에는 흑맥주인 둔켈(Dunkel)과 화이트맥주인 헤페(Hefe)가 있다. 알코올 도수는 둔켈(5.6도)이 헤페(5.3도)보다 약간 높다. 맛과 향은 초콜릿을 연상시킨다. 헤페는 이스트(빵효모)를 뜻하며 헤페 바이젠은 '여과하지 않은 밀맥주'를 가리킨다. 여과 기술이 개발되기 이전의 전통 주조 방식이다. 병 속에서 활발한 2차 숙성이 일어나 밀맥주 고유의 맛과 풍부한 과일향이 담겨 있다. 마시기 적당한 온도는 9~12도.에딩거의 전용잔은 키가 크고 아래 부분이 활처럼 휘어 있다. 이는 맥주 향을 한 데 모아 바로 코로 전달하는 통로 구실을 하며,기포도 오래 남아 있게 해준다.
◆체코 대표 맥주 '필스너 우르켈'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체코의 2대 도시 필젠에서 1842년 탄생한 체코 대표 맥주.흔히 황금색 라거맥주를 '필스너(Pilsner)'라고 부르지만 황금색 맥주가 모두 필스너는 아니다. 독일어는 도시 이름에 'er'를 붙여 원산지를 표시한다. 버드와이저(Budweiser)가 부드바이스에서 나온 것을 가리키듯 필스너는 필젠산(産)을 뜻한다. 체코 맥주에 독일식 이름이 붙은 것은 600여년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우르켈(Urquell)'은 오리지널이란 의미.
'필스너 우르켈'의 잔은 풍부한 향이 코로 잘 전달되도록 고안되었다. 길고 투명한 유리는 필스너의 반짝이는 황금색과 올라오는 기포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거품이 빨리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폭을 좁게 만들었다. 알코올 도수는 4.4도이고 마시기 적당한 온도는 9도다.
◆와인급 맥주 '두블'의 튤립잔
벨기에 플랑드르 말로 '악마'를 뜻하는 '두블(Duvel)'은 2년간 발효한 와인급 맥주다. 황금 빛깔에 입에선 향긋한 호프와 섬세한 과일을,코로는 배를 연상시키는 과일향을 느낄 수 있다. 잔은 튤립 모양의 컵에 자루가 있는 형태다. 꽃을 본뜬 모양답게 향이 좋은 맥주에 적합하다. 이는 향을 한 데 모아줘 코로 냄새를 맡는 데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두블은 맛이 부드럽고 다양한 과일향이 나며,잔을 비울 때까지 기포가 향과 함께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실 때 느낌과 달리 알코올 도수는 8.5도로 제법 높다. 마시기 적당한 온도는 11도.
◆수도사들의 맥주 '레페 블롱드'
전통적으로 벨기에 수도원에서 생산된 맥주로,수도사들이 사순절 기간 중 '액체빵'으로 마셨다. 그러나 오늘날 수도원 맥주는 반드시 수도원에서 만들거나 수도사가 양조한 것을 가리키진 않는다. 레페 수도원은 1950년대 초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면서 지역 양조업자에게 라이선스를 주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대부분 라이선스를 얻은 양조업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이트 맥주인 '레페 블롱드(Leffe Blonde)'는 약간 매운 향에 뒷맛이 쓴 것이 특징이다. 잔은 볼 형태로 발과 자루가 있다. 비교적 잔 입구가 넓기 때문에 미세한 향을 깊이 들이킬 수 있어 맛이 진한 맥주에 적합하다. 손으로 맥주를 빨리 덥힐 수 있어 향의 발산을 돕는다. 알코올 6.3도,마시기 적당한 온도는 10~13도.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자료 제공=세계맥주전문점 와바(WA BAR)
왜 유독 호가든이 인기를 끄는 것일까. 업계에선 호가든 특유의 맛은 물론 '잔 마케팅'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호가든이 별도로 제작한 전용잔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특정 맥주의 전용잔은 호가든만 있는 게 아니다. 유럽의 맥주 종가(宗家)들은 자사 맥주가 최고의 맛과 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용잔을 선보이고 있다. 무더운 여름 밤,가족 혹은 연인 친구와 함께 전용잔에 담긴 맥주로 목을 축이며 밤 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워보는 건 어떨까.
◆'호가든'의 육각잔ㆍ효모와 과일향에 취하다
'호가든 화이트'는 병 안에 효모가 살아 있는 화이트 맥주다. 또 코리안더(고수) 열매,오렌지 껍질 같은 이국적 원료들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약한 신맛의 과일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도 4.8도로 낮은 편이어서 여성들이 특히 선호한다.
호가든의 전용잔은 14세기 처음 등장했다. 육각형으로 모양도 특이하고 일반 맥주잔에 비해 두께가 두껍다. 이는 맥주의 차가움을 오래,맥주의 온도(9~10도)를 가장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귀족의 맥주 '에딩거'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의 귀족들은 바이젠(Weizen)으로 불리는 밀맥주를 즐겼다. 대표적인 바이젠 '에딩거(Erdinger)'에는 흑맥주인 둔켈(Dunkel)과 화이트맥주인 헤페(Hefe)가 있다. 알코올 도수는 둔켈(5.6도)이 헤페(5.3도)보다 약간 높다. 맛과 향은 초콜릿을 연상시킨다. 헤페는 이스트(빵효모)를 뜻하며 헤페 바이젠은 '여과하지 않은 밀맥주'를 가리킨다. 여과 기술이 개발되기 이전의 전통 주조 방식이다. 병 속에서 활발한 2차 숙성이 일어나 밀맥주 고유의 맛과 풍부한 과일향이 담겨 있다. 마시기 적당한 온도는 9~12도.에딩거의 전용잔은 키가 크고 아래 부분이 활처럼 휘어 있다. 이는 맥주 향을 한 데 모아 바로 코로 전달하는 통로 구실을 하며,기포도 오래 남아 있게 해준다.
◆체코 대표 맥주 '필스너 우르켈'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체코의 2대 도시 필젠에서 1842년 탄생한 체코 대표 맥주.흔히 황금색 라거맥주를 '필스너(Pilsner)'라고 부르지만 황금색 맥주가 모두 필스너는 아니다. 독일어는 도시 이름에 'er'를 붙여 원산지를 표시한다. 버드와이저(Budweiser)가 부드바이스에서 나온 것을 가리키듯 필스너는 필젠산(産)을 뜻한다. 체코 맥주에 독일식 이름이 붙은 것은 600여년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우르켈(Urquell)'은 오리지널이란 의미.
'필스너 우르켈'의 잔은 풍부한 향이 코로 잘 전달되도록 고안되었다. 길고 투명한 유리는 필스너의 반짝이는 황금색과 올라오는 기포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거품이 빨리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폭을 좁게 만들었다. 알코올 도수는 4.4도이고 마시기 적당한 온도는 9도다.
◆와인급 맥주 '두블'의 튤립잔
벨기에 플랑드르 말로 '악마'를 뜻하는 '두블(Duvel)'은 2년간 발효한 와인급 맥주다. 황금 빛깔에 입에선 향긋한 호프와 섬세한 과일을,코로는 배를 연상시키는 과일향을 느낄 수 있다. 잔은 튤립 모양의 컵에 자루가 있는 형태다. 꽃을 본뜬 모양답게 향이 좋은 맥주에 적합하다. 이는 향을 한 데 모아줘 코로 냄새를 맡는 데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두블은 맛이 부드럽고 다양한 과일향이 나며,잔을 비울 때까지 기포가 향과 함께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실 때 느낌과 달리 알코올 도수는 8.5도로 제법 높다. 마시기 적당한 온도는 11도.
◆수도사들의 맥주 '레페 블롱드'
전통적으로 벨기에 수도원에서 생산된 맥주로,수도사들이 사순절 기간 중 '액체빵'으로 마셨다. 그러나 오늘날 수도원 맥주는 반드시 수도원에서 만들거나 수도사가 양조한 것을 가리키진 않는다. 레페 수도원은 1950년대 초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면서 지역 양조업자에게 라이선스를 주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대부분 라이선스를 얻은 양조업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이트 맥주인 '레페 블롱드(Leffe Blonde)'는 약간 매운 향에 뒷맛이 쓴 것이 특징이다. 잔은 볼 형태로 발과 자루가 있다. 비교적 잔 입구가 넓기 때문에 미세한 향을 깊이 들이킬 수 있어 맛이 진한 맥주에 적합하다. 손으로 맥주를 빨리 덥힐 수 있어 향의 발산을 돕는다. 알코올 6.3도,마시기 적당한 온도는 10~13도.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자료 제공=세계맥주전문점 와바(WA B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