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겨냥한 대형 뮤지컬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대부분 작품성이 검증된 공연이어서 일정과 입맛에 맞게 골라보기만 하면 된다. 큰 작품들인 만큼 뮤지컬 스타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뮤지컬 스타의 연기 대결 '맨 오브 라만차'='맨 오브 라만차'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각색한 작품으로 1965년 미국에서 초연됐다. 신성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가 죄수들에게 자신의 소설 '돈키호테'를 들려주는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무대에서는 뮤지컬계에서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배우 류정한과 정성화의 연기 대결이 펼쳐진다. 류씨와 정씨는 각각 2005년과 2007년에 돈키호테 역을 맡은 적이 있어 더욱 주목된다.

경쾌한 플라멩코 선율,돈키호테의 유머스러운 캐릭터와 함께 무게감 있는 내용이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8월12일~9월23일 LG아트센터,4만~11만원.1588-5212

◆고양이들의 향연 '캣츠'=T S 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웨버가 작곡하고 영국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트레버 넌이 연출한 작품이다. 1981년 초연 이래 전 세계에서 6500만명이 관람할 정도의 흥행 보증수표.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캣츠'는 호주 오리지널 팀으로 구성된 무대다. 유명한 '캣츠'의 불문율대로 분장을 하는 순간부터 배우들은 자신을 고양이로 여겨 땅에 기어 다녀야 하며,사람들과 말을 나누어서도 안 된다. 쉬는 시간에 객석 사이로 진짜 고양이처럼 돌아다니는 배우들의 모습도 볼 만하다.

인기 고양이 럼텀터거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골반 돌리기 춤,암코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Memory)' 등도 빼 놓을 수 없는 묘미다. 4만~14만원.(02)501-7888


◆농염한 재즈 선율 '시카고'='시카고'야말로 별들의 축제다. 최정원,배해선,남경주,김지현 등 실력파 배우들이 모두 등장한다. '시카고'는 1920년대 시카고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작품.살인을 저지르고도 스타가 되길 꿈꾸는 벨마와 록시,이들 사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변호사 빌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전을 거듭하는 구도 속에 옐로 저널리즘과 황금만능주의로 포장된 현대 사회를 고발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화려한 춤과 노래로 볼거리가 풍부해 '가장 뮤지컬다운 뮤지컬'로도 꼽힌다. 8월3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4만~12만원.(02)577-1987

◆쇼걸들의 화려한 무대 '갬블러'=푸슈킨의 단편소설 '스페이드의 여왕'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갬블러와 쇼걸,카지노 보스 사이에 펼쳐지는 사랑과 배신,성공과 좌절,욕망과 파멸을 다루고 있다. 세계적인 팝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리더 에릭 울프슨이 작사ㆍ작곡한 록스타일의 음악도 귀를 즐겁게 한다.

배우 허준호가 3년 만에 다시 카지노 보스 역할을 맡아 그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여장 남자 쇼걸 역에 캐스팅된 김호영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볼 만하다. 8월3일까지 LG아트센터 4만~12만원.

(02)577-1987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