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들이 증시로 몰려가고 있다. 새 정부가 학교 자율화 정책을 펼치며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환율ㆍ고유가ㆍ신흥국과의 임금격차 등으로 제조업은 이익률을 확보하기 어렵고,정보기술(IT) 벤처기업은 기술의 사업성이 쉽게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의 대안으로 떠오른 학원들이 증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학원'이 '학교 밖의 교육'이라는 틀을 벗어나 본격적인 '산업'의 꼴을 갖춰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증시 문 두드리는 곳 줄잡아 10여곳

최근 증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학원'들은 열 손가락을 훌쩍 넘는다. 지난달 27일 인터넷 강의와 출판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비유와상징,영어교육업체 청담어학원을 운영하는 CDI홀딩스가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공무원 시험 대비업체 이그잼,특목고 대비업체 엘림에듀,영어교육업체 JLS(정상어학원) 등은 절차가 까다로운 직접 상장 대신 우회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뿐만 아니다. 특목고 대비 학원을 운영하는 아발론교육과 하늘교육,성인 영어교육업체 월스트리트인스티튜트(WSI) 등도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교육ㆍ온라인 기반이 특징

최근 증시의 문을 두드리는 학원들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프리미엄'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소규모 동네 보습학원이나 저가에 많은 수강생을 끌어모으는 대형 입시학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목중ㆍ특목고 등 상위권 학생을 겨냥하고 있거나 고급스러운 영어교육으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학원들이 대부분이다. A학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프리미엄 학원은 학원비 상승에 대한 학부모의 거부감이 적고,수강생들의 충성도가 높아 경영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특징은 온라인 기반을 확보한 경우가 많다는 것.KTB네트워크 관계자는 "학원 수강생이 늘어나면 시설투자ㆍ강사 확보가 필요한 오프라인 학원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학원 수강생이 늘더라도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뭉칫돈 투자도 상장 추진 원동력

이처럼 학원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알려지면서 '뭉칫돈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최근 학원가에는 수백억~수천억원대 투자가 비일비재하다. 내년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아발론교육은 지난 3일 미국계 AIG그룹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AIG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0만달러(약 600억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에는 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토피아아카데미에 200억원,한국계 사모펀드 티스톤사가 하이스트 등 5개 학원의 연합체로 시작한 타임교육홀딩스에 2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티스톤사의 경우 타임교육홀딩스에 약 6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 투자 규모는 26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업체 KT도 메가TV 등 방ㆍ통 융합형 사업을 추진하면서 콘텐츠 확보를 위해 투자회사 소프트뱅크코리아ㆍ연예기획사 올리브나인과 손잡고 페르마에듀에 투자하는 등 학원업계 여러 곳에 '입질'을 시도하고 있다.

◆머니게임 폐해도 무시하기 어려워

하지만 이 같은 투자와 상장 바람이 학원가에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원은 투자 유치를 시도하다 이중장부가 들통나거나 실제 이익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져 부도가 나거나 사업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상장 후에도 공모가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될 경우 투자자들의 집단 항의를 받는 등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비유와상징의 경우 공모가는 3만3000원이었던 데 반해 지난 14일 종가는 2만5900원에 그쳐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