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이 17일 오후(한국시간) 잉글랜드 서부 해안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GC(파70·길이7173야드)에서 시작된다. 브리티시오픈은 올해 137회째로 세계 골프대회 가운데 역사가 가장 깊다. 그런 권위 때문인지 '유일한 오픈대회'라는 뜻의 '디 오픈'(THE OPEN)으로도 불린다. 156명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호랑이 없는 굴에서 누가 호랑이 노릇할까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2·미국)가 불참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타이거리스(Tiger-less) 오픈'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우즈는 지난달 US오픈 우승 직후 무릎 재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2000년과 2005년,2006년 세 번이나 정상에 오른 우승후보 '0순위'가 불참함으로써,도박사나 전문가들은 누가 최종일 '클라레 저그'(은제 우승컵)를 차지할지 예상 답안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잘 정돈된 미국 코스와 달리 비바람이 몰아치고 러프가 깊은 황량한 코스에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그만큼 변수도 많고,판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올해는 유러피언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우승후보로 많이 거론되지만,최근 10년간 챔피언을 보면 미국PGA투어 멤버가 7명으로 오히려 많다.

영국 도박사들은 어니 엘스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의 우승 가능성을 12-1로 예상,가장 높게 점쳤다. 엘스는 지금까지 우즈가 우승할 때 일곱 번이나 2위를 차지한 선수.우즈가 없었다면 그의 우승기록은 현재보다 '+7'이 됐을 것이다. 지난해 다 잡았던 우승컵을 파드리그 해링턴에게 내줬던 가르시아는 '메이저 우승 없는 선수 가운데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세계랭킹 7위의 강호다. 그밖에도 10년 전 17세의 아마추어 신분으로 이곳에서 열린 대회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한 저스틴 로즈,홈 코스의 리 웨스트우드,지난해 챔피언 해링턴,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짐 퓨릭 등이 우승권에 근접한 선수다.

◆앤서니 김,최경주 넘어설까

미PGA투어 데뷔 2년째에 2승을 올린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의 상승세가 영국에서도 지속될지 관심거리다. 그는 2주전 AT&T내셔널에서 우승한 덕분에 세계랭킹 13위까지 올라 있다. 11위에 자리 잡은 최경주(37·나이키골프)와는 단 2계단 차이다. 앤서니 김이 이번 대회에서도 10위 안에 들면 최경주를 따라잡을 수도 있다. 단,브리티시오픈에 처음 출전하는 탓에 키를 넘는 깊이의 항아리 벙커,장타력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는 코스 셋업과 강풍 등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최경주는 이 대회에만 모두 여덟 차례 출전했고,지난해 공동 8위로 최고 성적을 냈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겨냥해 최근 1년 새 10㎏의 체중 감량을 단행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앤서니 김은 1,2라운드에서 마스터스 챔피언 트레버 이멜만(남아공)과 같은 조에 편성돼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한다. 최경주는 영국의 간판 골퍼 웨스트우드,2003년 챔피언 벤 커티스(미국)와 1,2라운드를 함께 플레이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