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4社 매출 7~14% 신장 … 男 캐주얼 최고 44%↑

고유가와 생활물가 급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백화점들이 지난 주말 끝난 여름 정기세일에서 두 자릿수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명품 매출이 30% 이상 고성장세를 이끈 가운데 무더위 특수로 남성 캐주얼과 화장품도 전체 평균보다 두세 배 이상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17일간 진행한 여름 정기세일의 하루 평균 매출이 작년 여름 세일에 비해 7.0~14.2% 증가했다. 갤러리아가 14.2%로 가장 높았고 롯데백화점 12.3%,신세계백화점 11.6% 등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도 7.0%로 지난 봄세일에 비해 신장률이 1.9%포인트 올라갔다.

홍정표 신세계 마케팅 팀장은 "세일 기간이 장마와 겹쳤지만 비 내리는 날이 적은 마른 장마여서 쇼핑하기 좋은 날씨 효과를 봤다"며 "여름 패션의류를 비롯해 화장품 선글라스 샌들 등 나들이용 패션과 잡화 매출 성적이 좋았다"고 말했다.

부문별로는 남성 캐주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롯데가 43.8% 증가한 것을 비롯,신세계 29.1%,현대 27.9%로 백화점별 매출 증가율이 전체 증가율의 2.5~4배에 달했다. 남성 패션 트렌드가 캐주얼을 선호하는 추세인 데다 고유가와 예년에 비해 이른 무더위로 노타이(No Tie),반소매 차림의 '쿨비즈' 복장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황범석 롯데백화점 상품총괄 팀장은 "빈폴 폴로 등 직장에서 입어도 무난한 트래디셔널(정장풍) 캐주얼 셔츠와 바지가 인기를 끌었다"며 "쿨비즈뿐 아니라 '캐주얼 데이' 등으로 직장에서 캐주얼을 입는 경우가 늘면서 고객층도 20~30대에서 40~50대로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남성 정장은 오히려 매출이 줄어 대조를 이뤘다. 현대백화점은 남성 정장 매출(일 평균)이 전년 동기 대비 3.0% 줄었고,신세계(-2.9%)와 롯데(-0.9%)도 역신장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남성 정장 브랜드들이 정기세일보다 2주 앞서 '시즌 오프' 행사에 들어간 탓도 있지만 쿨비즈 열풍이 매출 부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화장품은 보통 장마시즌과 겹치는 여름 세일 기간 내내 '마른 장마'가 이어진 날씨 덕을 톡톡히 봤다. 갤러리아가 34.4% 증가했고 신세계(25.7%)와 롯데(23.9%)도 20%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였다. 지호영 갤러리아 상품2팀장은 "무덥고 건조한 날씨에 필요한 자외선차단제,수분보습제 등 기초 화장품 매출이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베이징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던 가전 매출은 전반적인 경기 하강의 영향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세계의 경우 가전 매출(일 평균)이 작년 여름 세일기간에 비해 5.2% 감소했다. 다만 이달 초부터 시작된 찜통 더위로 인해 에어컨만 매출이 51.7% 급증했다.

한편 지난 5월 이후 30%대 신장세를 구가 중인 명품 매출이 이번 여름세일에도 △신세계 45.3% △롯데 44.0% △갤러리아 34.2% △현대 31.1% 등 30~40%대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