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관련,"위기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늑장 보고'를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긴급 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이 현대 측에 의해 통일부에 보고되고 청와대 관련 비서관을 통해 나한테 보고되는 데 무려 두 시간 이상 걸린 것은 정부 위기대응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위기대응 시스템 개선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단 한 명의 국민 생명도 소중히 여기고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로 이번 사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피격 사건 당일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청와대 상황실로부터 보고를 받은 시간은 오전 11시40분께이고,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시간은 오후 1시30분으로,1시간50분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초기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중요한 사안에 대해 신속히 1보가 이뤄지고 관계자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유기적인 대응 시스템이 부족했던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에 접수된 처음 보고가 '러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었으나 어쨌든 아쉬운 대목"이라며 "이 대통령도 우리가 통상적인 행정 마인드로 대응한 게 아닌가 하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관광객 피격 사망 사실을 보고받고도 남북간 전면적 대화 제의를 골자로 한 국회 개원 연설을 강행한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도 원고 수정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팽팽하게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보고 시간이 좀 더 빨랐다면 이 대통령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가 피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처음에는 박왕자씨가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합동참모본부의 보고가 대통령 보고 지연의 한 요인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