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의 피격사건으로 남북 정부의 대화 채널마저 단절됐다.

양측은 12,13일 현장 조사 문제를 놓고 잇달아 담화와 성명전을 주고 받으며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북측은 12일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조사단을 파견하겠다는 내용의 남측 전통문 접수를 거부하자 우리 정부도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말부터 남측 정부 당국자의 방북을 불허하며 남측과의 당국 간 대화도 거부해 온 상황에서 전통문 접수를 거절,대화의 끈조차 잃은 셈이다.

북한의 관광사업을 총괄하는 기구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피살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도 "사고 조사를 위해 들어오겠다고 하는 문제에 대해선 허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13일 안보정책실무조정회의,홍양호 통일부 차관 주재의 정부 합동 대책반 회의,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 등을 통해 "총격 사망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북측에 진상 조사가 이뤄지도록 강하게 촉구했다. 성명은 북측이 우리 정부의 현장 조사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총격 피살 사건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는 것은 굳이 말하면 적반하장격"이라며 "이미 정부의 관련 기관에서 필요한 단계적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 측의 공동조사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응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전면적 대화'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강ㆍ온 양면 전략이다.

이런 와중에서 이 대통령이 6ㆍ15공동선언 및 10ㆍ4정상선언 이행을 북측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한 것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북측은 "과거의 합의들과 뒤섞어 어물쩍 넘겨버린 것, 가소로운 잔꾀"라고 평가절하했고,청와대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