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항공료 때문에 해외보다 국내 휴가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왕 국내 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주제를 잡고 길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역사와 문학,인물 등을 중심으로 여행을 즐기면서 휴식 이상의 값진 경험을 얻을 수도 있다.

소설가 박태순씨(66)가 3권짜리 국토기행문집 ≪나의 국토 나의 산하≫를 한꺼번에 내놨다. 작가가 두 발로 직접 뛰어다니며 쓴 39편의 국토기행문을 담은 것.

박씨는 타고난 여행문학 작가다. 국토기행문집 ≪작가 기행≫ ≪국토와 민중≫, 역사인물기행 ≪인간과 역사≫ 등을 펴냈고 한국기층문화 기행문도 발표했다. 1991년에는 신문에 중국기행 '신 열하일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이번에 쓴 ≪나의 국토 나의 산하≫는 한국인들의 국토와 여행에 대한 21세기적 사고를 반영한 책이다. 20세기가 건설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국토를 타자화,황폐화했다면 21세기에는 '나의 국토'라는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작가는 세 권의 책을 거대담론,미시담론,종단과 횡단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썼다. 1권 〈나의 국토인문지리지〉에서는 '서사국토'를 조명한다. 임진강을 따라 펼쳐지는 들에서 송악산과 북한산을 바라보면서는 분단의 역사를 되짚는다. 국조(國祖)의 산 백두산에서는 반도사관을 극복하고 동아시아 대륙성 문화와 해양성 문화를 조화롭게 볼 것을 권유한다. 신라의 경주시,백제의 공주시 등을 살피며 한국의 정신문화와 역사담론을 읽어내는 안목도 탁월하다.

2권 〈시인의 마음으로〉에서는 동해,서해,남해를 훑으며 섬들의 세세한 풍경들을 발견한다. 국토 깊숙이 들어가서는 1000년 역사의 고을 나주에서 시간여행을 즐기고,남원 광한루원에서는 누정문화를 만끽한다. 청주 상단산성과 속리산 삼년산성에 서린 삼국 쟁패의 역사를 되짚는 대목도 아릿하다.

3권 〈인간의 길 시대의 풍경〉에서는 국토를 종.횡단하며 더듬어보는 민속문화와 풍속도를 담았다. 그는 '관동별곡'을 텍스트로 삼아 동해안을 누비고 강릉단오제에서는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새삼 느낀다. 망양정에서는 울릉도와 독도의 해양국토 담론을 논한다.

작가는 "국토를 알면 알수록 내 인생이 충실해지고 생활이 넓어진다"며 "도시문학,농촌문학,향토문학,역사문학이 있는 것처럼 '국토문학'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이번 작업은 '국토기행문학'의 형태일 수 있다"고 했다.

글과 함께 '장승' '초가' 등 30년 넘게 우리의 옛 문화와 풍속을 찍어온 사진작가 황헌만의 작품도 음미할 수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