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은 지난 9일 대구 제이스 호텔에서 대구 경북지역 중소 수출기업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중소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현장 규제를 발굴,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 충북지역에서 시작한 현장투어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열한 번째 간담회 자리였다.

최근 무역협회는 그동안 현장 간담회를 통해 수집한 83건의 '규제 대못'을 추려 정부에 시정을 건의했다. 이날 행사를 마치고 해양대 초청강연을 위해 부산으로 떠나기 전 경산시의 한 자동차부품 수출업체를 방문한 이 회장을 동행했다.

―현장투어를 일단락 지으셨는데,소감은?

"사실 무역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올초 현장투어를 시작할 때 걱정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장관도 아니고 협회장이 지역을 돌며 애로사항을 듣고 정부에 건의한다고 하면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까 우려도 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간담회가 이어지자 참석을 신청하지 않은 기업까지 당일 찾아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정부에 시정을 건의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생색 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사실과 다릅니다. 수많은 애로사항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현행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빠진 내용들이 여과 없이 언론에 공개되면 혼란만 가중될 수 있어 그런 것입니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규제에 대해선 가감 없이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

―현재 건의안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나요.

"모두 83건을 정부와 유관기관에 건의했습니다. 이 중 25건이 법령 개정 관련 사안인데 절반 정도가 수정됐습니다. 하지만 유관부서 간 상충되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에 대해선 많은 부분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

―예를 든다면.

"세금 관련 건의사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일례로 공주지역에서 강제 수용을 당해 공장을 이전한 수출기업들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봅니다. 강제 수용당해 쫓겨나다시피 나온 기업들이 비슷한 규모의 땅을 인근에 사려면 양도세 때문에 힘듭니다. 국세청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이뤄진다'는 과세 원칙만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여러번 찾아가 설득했더니 5년 유예 기간을 주는 정도였습니다. "

―최근 간담회에선 법령 개정 등 개선에 시간이 걸리는 규제보다는 부서 간 협의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애로사항이 많았던 걸로 아는데요.

"그렇습니다. 처음엔 법령 관련 규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더니 최근에는 습관적인 행정 처리로 업체들이 겪는 애로점을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