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덜 먹고 가격저쳠

고유가 시대 수요 급증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소형차 엔진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기름을 덜 소모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회사 메르세데스벤츠는 현대.기아자동차에 소형차 엔진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고,BMW는 피아트와 소형 엔진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고유가와 경기침체 속에서 소형 저가 엔진이 '귀하신 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차에 엔진공급 요청

9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현대차에 아반떼HD와 i30 등에 장착하고 있는 감마엔진을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산하 소형차 브랜드인 '스마트' 후속 모델에 1.6ℓ급 엔진을 장착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일본 미쓰비시로부터 소형차 엔진을 공급받아 왔는데,연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현대차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의 감마엔진은 동급 최고 수준인 121마력의 힘을 발휘하며,연비가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ℓ당 14㎞ 안팎에 달한다.

실린더 블록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무게가 95.6(자동)~101.8kg(수동)으로 가벼운데다 내구성도 뛰어나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사장은 "벤츠에 감마엔진을 공급하면 현지시장에서 i30와 스마트가 서로 경쟁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미국시장에서 중.소형 세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최근 앨라배마 공장 인근에 2.4ℓ급 세타2엔진 공장을 완공했다.

이달 1일부터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차가 북미지역에서 엔진 공장을 지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쏘나타 3.3 모델에 이어 2.4 모델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내년 말 기아차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면,이 엔진을 기아차 신모델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 선호도가 대형차에서 연료 효율이 높은 중.소형차 위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생산되는 싼타페 모델 가운데 2.7ℓ급 생산을 중단하고,모두 2.4ℓ급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BMW, 피아트와 제휴 '미니'엔진 개발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BMW도 인기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이탈리아 피아트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피아트와의 제휴를 통해 연비가 좋은 소형 휘발유 및 경유 엔진을 개발할 계획이다.

BMW 관계자는 "소형차 개발에 강한 푸조와 공동으로 엔진을 생산해 왔지만,수요를 모두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규모의 경제와 비용절감을 동시에 거두기 위해선 더 많은 소형차 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차 엔진은 차량 무게와 가격을 동시에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최적의 상품"이라며 "소형엔진 부문에서 앞선 경쟁력을 갖춘 현대.기아차의 몸값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