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공포에다 글로벌 신용위기 재연 우려가 겹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8일 동반 폭락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2.45% 급락한 1만3033.10엔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1만3000엔도 붕괴됐다.

대만 가권지수도 3.94% 폭락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이날 오후 2% 떨어지며 130.56을 나타냈다.

이는 2006년 11월21일 이후 최저치다.

홍콩(-3.16%),싱가포르(-1.62%),인도(-1.30%)증시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씨티그룹은 이날 보고서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들이 원자재가격 급등과 수출 성장세 둔화 등으로 인해 실적전망이 잇따라 하향되면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강력 태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안강스틸과 인도의 인도국영석유공사(ONGC) 등 원자재 관련 기업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신용경색으로 추가 자금 확충이 필요한 월가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아시아 주식 및 채권을 매각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월가 금융회사로서는 늘어나는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선 자산을 팔아서라도 자본을 확충해야 할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월가 대형 금융회사 및 모기지회사들은 뉴욕 증시는 물론 세계증시를 끌어내리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

UBS에 따르면 세계 금융회사들은 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 이후 4000억달러의 부실자산을 손실처리했으며 2130억달러의 자금을 확충했다.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모기지 부실은 꾸준히 늘어나 자산손실 규모도 덩달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보유자산을 우선적으로 처분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 투자한 주식 및 채권도 현금화 대상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는 "월가 금융회사로선 상당한 투자수익을 거둔 데다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한국 등 아시아 주식 및 채권을 우선적으로 파는 것이 손쉬운 현금확충 방법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월가 금융회사의 필요자금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뉴욕 증시에서는 대규모 금융회사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확충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하루가 멀다 하게 나오고 있다.

7일의 경우 국책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대규모 손실을 내 천문학적인 자금을 확충해야 한다는 리먼브러더스의 보고서가 충격을 줬다.

리먼브러더스는 패니매의 경우 460억달러,프레디맥은 290억달러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신용위기가 불거지면서 S&P500 지수에 속한 85개 금융회사들은 작년 10월 고점 대비 7일 현재 주가가 평균 40%나 폭락했다.

이 기간 중 증발한 시가총액이 무려 1조3000억달러에 이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박성완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