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은 '은행의 꽃'이다.

수십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수천억 원의 돈을 굴리는 은행 영업의 최일선을 지휘하는 부대장이다.

아무나 될 수 없었고, 한 번 되면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옛날 얘기.지점장들의 '철밥그릇'이 가장 많이,가장 철저하게 깨진 곳은 국민은행이다.

최근 3년간 실적이 하위 5~10%에 있는 국민은행 지점장들은 '업무추진역'으로 보직 변경 발령을 받는다.

국민은행 내 1200여명의 지점장 중 매년 100여명이 '아웃'되는 셈이다.

업무추진역으로 '발령'받은 지점장들은 18개 지역본부에 각각 배치되는데,많게는 10명 정도씩 지역본부 공동사무실에 자리를 배정받는다.

업무추진역으로 오는 순간부터 연봉이 20~30% 깎이고 개인별 목표를 채워야 한다.

예컨대 '6개월에 신규 고객 유치로 본인 인건비 대비 120% 이상 수익을 내야 한다'는 식이다.

이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6개월 후 또 임금이 20% 이상 깎인다.

세 번 이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직책수당을 포함한 임금의 25%가량만 받고 '명령 휴직' 상태가 된다.

이런 일은 이제 다른 은행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은행이 2006년 하반기에 이 제도를 도입했고 하나은행은 올해부터 명맥만 유지돼 왔던 지점장 후선배치제를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농협도 올해부터 2분기 연속 실적이 하위 10%에 드는 지점장들에 대해 대기 발령 명령을 내기로 했다.

이 때문에 지점장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차라리 일반 행원으로 남는 게 낫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