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최장 결승전…나달, 페더러 꺾어


라파엘 나달(22·스페인)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7·스위스)를 꺾고 윔블던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7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남자단식 결승에서 페더러를 3-2(6-4 6-4 6<5>-7 6<8>-7 9-7)로 제압하고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던 나달은 이로써 1980년 비욘 보리(스웨덴) 이후 처음으로 한 해에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휩쓸었다.

이날 경기는 윔블던 사상 가장 오래 걸린 결승전이었다.

종전 기록은 1982년 결승에서 지미 코너스가 존 매켄로를 4시간16분에 걸쳐 3-2로 누른 것이었으나 이날 결승전은 4시간48분이 걸렸다.

4시간48분은 실제 경기가 진행된 시간만을 따진 것으로 총 소요 시간은 약 7시간이나 됐다.

외신들은 나달이 먼저 두 세트를 따내고 페더러가 다시 두 세트를 반격하는 등 숨돌릴 틈없이 진행된 이날 결승전에 대해 '훌륭한 내용의 경기였다'고 극찬했다.

AP통신은 "1980년 매켄로와 비욘 보리의 결승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방송 해설자로 나온 매켄로 역시 "지금까지 내가 본 최고의 경기"라고 감탄했다.

올해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을 비롯해 5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나달이었지만 페더러를 잔디 코트에서 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2003년 이 대회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챔피언 자리를 지켰던 페더러는 잔디 코트에서 65연승,윔블던에서 40연승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잔디코트와 윔블던에서는 '스페셜리스트'라 불릴 정도로 탁월한 경기력을 뽐내는 페더러를 상대로 나달은 최근 2년 연속 이 대회 결승에서 무릎을 꿇었었다.

나달은 이날 1,2세트를 따낸 여세를 몰아 4시간48분의 대혈투를 승리로 장식한 뒤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코트 위에 누워 새로운 테니스 황제의 등극을 알렸다.

나달에게는 그동안 '클레이코트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는 최근 4년 연속 우승을 했지만 다른 메이저대회에서는 우승 경험이 없다.

또 투어 이상급 대회에서 28번 정상에 올랐는데 이 가운데 클레이코트 대회가 22번이나 된다.

이제 클레이코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것은 물론 잔디에서도 페더러를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춰 '클레이코트 전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렸다.

나달은 페더러와 상대 전적에서도 12승6패로 압도하면서 올해는 네 번 만나 모두 이겼을 정도로 실력의 우위를 점하게 됐다.

세계랭킹에서만 1위 자리를 빼앗는다면 명실상부한 '테니스 황제-나달'로 떠오르게 되는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