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도는 태릉선수촌에는 직접 땀을 흘리는 선수들만큼 분주한 이들이 있다.

선수들이 최선의 상태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물리치료사와 영양사, 체력지도위원들이 그들. 밖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은 올림픽을 30일 앞둔 선수들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16년째 태릉선수촌에서 다친 선수를 도와온 이제훈(43) 물리치료사는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온 최근 선수들이 느끼는 긴장감을 그대로 느끼고 있다.

이씨의 일은 훈련 도중 다친 선수나 지속적인 부상으로 고생하는 선수들을 치료하는 것. 치료 방법도 마사지와 찜질부터 수중치료까지 30가지가 넘고 치료 기간도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걸린다.

부상이 잦은 복싱, 레슬링 선수에서부터 상대적으로 정적인 양궁, 사격까지 어떤 종목이든 부상이 없는 종목은 없기 때문에 태릉에 입촌한 선수들 가운데 물리치료실을 찾아본 경험이 없는 선수는 손에 꼽는다.

올림픽을 앞둔 막바지 훈련이 이뤄지는 요즘에는 선수들의 긴장이 높아져 크게 다치는 선수는 없지만 마지막 훈련에서 다칠 경우 그만큼 타격이 크기 때문에 물리치료실은 항상 방심할 수 없다.

물리치료사들의 긴장은 올림픽 기간에도 이어진다.

각자 담당 종목을 나눠 모든 경기장에 의료진으로 파견되기도 하고, 언제 다칠지 모르는 선수들을 위해 24시간 대기 체계를 갖춰야 한다.

테이핑 하나에도 수십여 가지의 방법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몸을 최적의 상태로 맞추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호흡을 함께 하는 만큼 보람도 크다.

이씨는 "이들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쳤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부상으로 좌절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반면 재활 과정을 잘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을 보면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릉선수촌 식당을 책임지는 28명의 영양사.검식사.조리사들의 하루는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하는 아침.점심식사는 400여 명의 선수들이 함께 먹지만 종목별로 훈련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저녁 식사시간이 늦어질 경우 오후 9시까지 계속돼 쉴 틈이 없다.

선수촌 식당은 일반적인 식당과 다르다.

보통 사람에 비해 3배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한 끼의 칼로리부터 다르고, 선수들이 입맛을 잃으면 안되기 때문에 제공되는 음식의 종류와 질도 차이가 난다.

한 차례 식사에 13~14가지 메뉴가 오르고, 메뉴의 종류도 한식, 일식, 양식을 넘나들어 300개가 넘는다.

오래 선수촌 생활을 한 선수에게는 선수촌 식당 밥이 질릴 수 있기 때문에 1년 동안 새로 개발되는 메뉴만 해도 80여개에 이른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요즘은 특히 긴장이 높아지는 기간. 21년째 선수촌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한정숙(44) 영양사는 한여름이 다가오면서 선수들이 입맛을 잃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올림픽을 50여일 앞둔 지난달부터는 우족탕, 도가니탕 등 특별 보양식을 매 끼니 준비하고 냉면, 메밀국수 등 입맛을 돋구는 음식도 준비하지만 더위에 지친 선수들의 선수들의 식욕을 자극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사태가 불거진 최근에는 선수들로부터 쇠고기의 원산지를 묻는 질문도 많이 받지만, 100% 한우만을 쓰기 때문에 이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힘들게 준비하는 만큼 선수들이 맛있게 먹어주고 건강하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뿌듯한 일이지만 양과 종류가 많은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종일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일인 데다가 대우도 좋지 않아 조리원들이 자주 바뀌는 것은 아쉽다.

선수촌 월계관에는 선수들이 그야말로 `비오듯' 땀을 쏟는 웨이트트레이닝장이 있다.

전문적인 체력 강화 장비 200여 점을 갖추고 있는 태릉선수촌 체력단련장은 국내 최대의 체력단련장. 각 선수들에게 맞춘 체력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체력 지도위원들은 이곳에서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린다.

어떤 종목이던지 경기력의 기초는 체력에서 나오는 만큼 자체적인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체조를 제외한 모든 종목 선수들이 이곳에서 체력 훈련을 펼친다.

신체의 기본적인 능력을 키우는 체력 훈련은 모든 종목이 같지만 개별 종목에 따라 주로 쓰이는 근육은 모두 달라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지도위원들은 어떻게 하면 최적의 훈련 프로그램으로 최적의 몸 상태를 제공할까 고민이 많다.

선수들 자신에게 체력 훈련을 맡겨놓으면 자기가 강한 근육만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잡아주고 약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지도위원들의 몫이다.

이광현 지도위원은 "20년 전만 해도 일부 종목에서는 체력 훈련을 하면 몸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순발력도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이제는 어떤 종목에서도 기본적인 체력훈련의 중요성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 핸드볼팀 등 지루한 웨이트트레이닝을 이겨내고 체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뒷바라지를 해주는 사람들은 앞에서 잘해주면 뒤에서 웃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진규수 기자 nicemas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