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는 지면 죽는 검투사다" 자신을 스스로 검투사로 비유하며 은행권 영업 대전(大戰)을 몰고왔던 황영기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전장에 복귀했다.

은행권 영업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의 불협화음 때문에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이라는 감투를 한꺼번에 벗어던진 지 15개월만이다.

금융계로 화려하게 복귀하기까지 15개월은 황 내정자에게 순탄치 않은 '오딧세이'였다.

우리금융을 떠난 직후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서울대학교 경영대 초빙교수로 활동한 뒤 작년 10월에는 한나라당 대선 선대위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권에도 몸을 던졌다.

대선 승리 이후 금융업계 복귀를 시도했지만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 발표 때 실명이 거론되면서 `라이벌'인 전광우 위원장에게 초대 금융위원장 자리를 내줬고, 산업은행장 역시 우리금융 부회장 출신의 민유성 행장에게 양보해야 했다.

황 내정자의 복귀로 금융권의 영업경쟁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우리 등에 칼을 대면 우리도 뒤통수를 치겠다" 등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경쟁은행의 공격에 맞대응한 황 내정자의 공격적인 행보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황 내정자의 '돌격 앞으로'식 영업이 실적으로 입증된 점이 금융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황 내정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은 3년간 총자산을 103조9천억원이나 늘리며 금융업계 3위였던 우리금융을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끌어올렸다.

금융계의 사활을 건 영토전쟁도 예상된다.

그는 내정직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KB금융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전략적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2005년 말 토종은행론을 제시하며 국민은행 등 외국인 지분이 많은 시중은행들과 설전을 벌였던 황 내정자가 이제는 어떤 자세와 논리로 토종은행인 우리금융 등과 경쟁에 나설지 관심이다.

그는 작년 3월 우리은행의 마지막 월례조회에서 임제록(臨濟綠)에 나오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인용하며 "어디에 가든지 주인이 되고 무슨 일을 하든 지 프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자신 철저한 프로 정신으로 무장돼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황 내정자는 우리금융 CEO가 되기전 BNP파리바은행과 뱅커스트러스트은행 등을 거치면서 기업금융과 파생상품 전문가로 꼽혔으며 삼성투신운용 사장 시절 삼성생명투신운용과의 전격 합병을 통해 대우사태 직후 불어닥친 투신권 위기를 극복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삼성증권 사장에 발탁됐다.

증권과 은행을 넘나들면서 크고 작은 숱한 전쟁을 치른 그이지만 가로놓인 숙제 또한 만만치않다.

우선은 지주회사 회장 경쟁으로 갈등관계에 있는 강정원 행장과 호흡을 맞춰 KB금융을 국내 최강의 종합금융사로 키워야한다.

안으로는 황 내정자가 우리금융에 몸담고 있을 당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투자손실 등 무리한 확장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직원들을 안심시켜야 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점을 문제 삼고 있는 국민은행 노동조합과의 관계도 개선해 내부 인화를 이뤄야한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