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외교의 수장으로 불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고국을 찾았다.

반 총장의 고국 방문은 유엔 총장 취임 이후 1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영접을 받으며 입국한 반 총장은 "취임 후 처음 고국을 찾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지난 1년간 시급한 국제문제를 처리하느라 한국 방문이 늦어졌지만 새정부 출범과 북핵문제 진전 등이 이뤄지는 시점에 한국을 찾게 돼 기쁘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공군 의장대의 의장행렬과 예포 19발이 울려퍼진 가운데 한 총리와 나란히 붉은색 카펫을 걸어 나온 반 총장은 환영 나온 귀빈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빡빡한 일정으로 전 세계를 누벼온 반 총장은 고국 방문 첫날에도 여느 때처럼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숙소에 도착한 직후 레바논에서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을 펼치고 있는 동명부대에 파견될 예정인 장병들을 만나 격려한 뒤,우주인 이소연씨로부터 그가 우주에 가지고 갔던 유엔기를 전달받는 행사를 가졌다.

이어 서울대에서 30여년간 국가에 봉사하고 우리나라 외교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명예 외교학 박사를 받았다.

학위 수여식 직후 가진 특강에서 반 총장은 "내일의 리더로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포용하면 세계를 바꿀 수 있고 우리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기상변화,식량 및 에너지 부족,인권탄압,테러위협을 세계가 직면한 도전으로 규정한 뒤 "여기에 위축되지 말고 혁신적인 생각으로 문제를 풀어가자"고 제안했다.

반 총장은 그동안 복잡하게 얽힌 각종 국제 문제를 무난하게 해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5월 말 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지역을 비롯해 중국 쓰촨 지진 피해지역을 직접 방문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세계 최악의 분쟁지역으로 꼽힌 수단 다르푸르 사태를 해결하는데 앞장섰고 지구온난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국론분열로 고국을 찾은 반 총장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국제사회 현안을 함께 고민하기에는 국내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18대 국회가 개원조차 하지 못해 4일 국회 방문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의 측근은 "복잡한 국내 상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한국 정부가 빈곤,기후변화,식량난,고유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 줄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얘기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방한 이틀째인 4일에는 이명박 대통령,한 총리 등 정부 지도자를 만나 북핵 문제를 포함한 지역 현안과 유엔에 대한 한국의 기여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게 된다.

5일 오전에는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해 성묘한 뒤 오후에는 청주대에서 열리는 모의 유엔총회에 참석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설할 계획이다.

반 총장은 7일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이 열리는 일본 홋카이도로 출발할 예정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