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비정규직 직원들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된 은행들의 신규 채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만두는 은행원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원들의 고용 안정은 크게 향상됐으나 취업 희망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은행원되기는 어려워졌다.

은행들은 무기계약직으로 바뀐 정규직들의 요구 수위가 갈수록 높아져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규 채용 인원 줄어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은행 창구와 콜센터 직원 등 7500여명의 비정규직을 2009년 7월까지 순차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근속연수가 3년이 넘은 5050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다.

급여는 2010년까지 정규직의 70%로 올라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후 퇴사하는 은행원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 때문에 지난 상반기 중 신입 행원 공채를 실시하지 않았다.

하반기 공채에서도 지난해(436명 채용)의 절반 수준인 200명 정도만 선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사정이 비슷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월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빠른 창구 전담 직원'(텔러)과 콜센터 직원 등 3076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이후 그만두는 은행원들이 줄어들자 우리은행은 지난해 채용 규모(666명)의 20%에도 못 미치는 116명의 텔러만 올해 채용하기로 했다.

이 숫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았던 2006년 채용 인원 161명에 비해서도 적다.

지난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부산은행도 그해 그만둔 은행원(비정규직 출신)이 36명으로 2006년(64명)에 비해 4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출산휴직 늘고 복지 요구도 높아져

과거 비정규직 신분이었을 때는 약 5개월(110영업일)의 출산휴가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2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아기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을 그만두기보다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적절히 활용하는 은행 여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우리은행에서 출산휴가를 쓴 여성 은행원 수는 2006년 126명에서 지난해 331명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6월까지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성 은행원 수가 247명에 이른다.

은행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창구에서 일하는 은행원들의 책임의식이 강해지고 애사심이 커지는 장점이 있으나 한편에서는 비용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원들의 요구 사항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임금 수준을 정규직의 70%에 맞추기로 합의했으나 최근에는 이 비율을 80%까지 올려달라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라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2007년 80억원에서 올해에는 148억원,2010년 22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비정규직 출신 은행원들은 "다른 직군으로 전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승진하기도 매우 어려운 등 여전히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며 "고용불안이 해소되고 급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