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기 참모진'의 진용을 갖추고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1기 참모진이 쇠고기 파문 등의 대처 과정에서 국정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1차적 책임을 지고 물러남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여러 고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이 독주하도록 해선 안 된다,대통령만 쳐다보는 '한건주의'에서 벗어나 직언을 서슴지 말아야 한다,청와대 내부 민주주의부터 확립하라" 등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독주 아닌 시스템으로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도 국민을 대등한 '파트너'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계몽주의 시대에 입각해 이끌어 가려고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이전 참모진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한건주의'로 흘렀다"며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결정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효명 리서치앤리서치 선임연구원은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떨어진 것은 시스템의 실패다.

홍보 조직 정무,여야 정치적 계파를 묶는 '협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권한과 역할을 나눠줘야 한다.

직접 다하겠다고 하면 얼마 안 가 파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흥적 언행 않도록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언행은 치밀한 전략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과 관련,"값싸고 질 좋은…" 등의 이 대통령 발언이 불쑥 튀어 나오는 바람에 국민 감정을 자극시켰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 선임연구원은 "상품을 하나 팔더라도 엄청난 브랜드 관리가 필요하다"며 "새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등의 '원초적인 컨셉트'가 없었고 즉흥적이었다는 점을 참모들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전 경희대교수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시나리오에 따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 일관성을 지켜야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정책 일관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작은 정부,큰 시장'의 틀 안에서 재정을 관리해야 하고 쇠고기 사태 이후 이익집단의 요구에 따라 '포퓰리즘'적인 자세로 나서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규제완화나 공기업 선진화 등의 개혁 과제를 꾸준히 시행하면서 가시적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747(연간 7% 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세계 7대 강국 진입) 공약'이 붕괴된 상태에서 이를 대체할 새 아젠다를 만드는 등 5년간의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언 서슴지 말고 가교역할을

정치 컨설팅회사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참모들은 대통령이 좋아하는 소리만 해선 안 되고 직언을 서슴지 말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다양한 브레인 그룹을 활용해 '제언'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1기 참모진은 '얼리 버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일을 했지만,주어진 보좌업무에만 충실했다"며 "새 참모는 대통령이 여론을 잘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일을 국민들에게 잘 설득하는 등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 민주주의 필요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청와대 내부경쟁과 견제가 심해 융합과 협력이 안 됐다는 지적이 있다"며 "쇠고기 파문 등의 현안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교수는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효율성을 위해 단결하는 것도 좋지만 활발한 내부 의사소통을 통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영식/박수진/이준혁/노경목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