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신 제일기획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ㆍ40)는 요즘 수시로 걸려오는 축하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원쇼(One Show)'에서 골드펜슬상(금상)을 탄 데 이어 최근 프랑스 '칸 광고제'에서 동상을 탔기 때문이다.

국제 광고제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원쇼와 칸 광고제에서 동시 수상하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수상작은 지난해 9월 선보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잠실역사 옥외광고'(아래 사진)다.

"소비자들이 지나다니는 지하철 역사는 현실입니다.

막 개찰구에서 나온 소비자가 매장 안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다양한 제품의 진열대를 래핑(wrapping)으로 처리했습니다.

착각이 주는 즐거움이 쇼핑으로 이어졌어요."

국제 광고제 수상의 의미는 그에게 새로운 활력으로 다가왔다.

"매일 강도 높게 일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달려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수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려 잠깐 쉬려던 때 좀 더 달리도록 격려하는 게 상의 마력인 것 같습니다."

광고업에 종사한 지 18년째인 이 디렉터는 광고를 '소비자와 이야기하기'라고 정의했다.

광고인은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며 정서적으로 가장 사치스러운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래야 자체적으로 생명력이 있는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어서다.

광고에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고,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만나 좋은 방향으로 번져 나가는 데 광고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광고에는 보여지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소비자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해야 소비자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1991년 카피라이터로 광고업계에 뛰어든 그는 그동안 '내 몸에 가까운 물'(포카리스웨터),'함께 가요,희망으로'(삼성그룹),'생활의 플러스가 됩니다'(홈플러스) 등 소비자들의 귀에 익은 카피를 만들었다.

2003년부터 광고 제작을 총괄하는 CD가 된 이후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을 비롯해 부광약품 센트룸,금강제화,웅진 쿠첸 등을 맡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