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이 'KB금융지주'의 초대회장 선임 경쟁에 참여하겠다고 26일 공식 선언했다.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과 계열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로 오는 9월 말 출범할 예정이다.

▶본지 6월26일자 A25면 참조

황 전 회장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KB지주 회장 후보로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회장추천위원회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으며 이를 회추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금융 회장 출신으로 경쟁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에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심사숙고했다"며 "그러나 은행장이 아닌 지주회사 회장을 뽑는 것이기에 면접에 참여키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황 전 회장은 KB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자리를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황 전 회장은 "은행장 업무도 많지만 지주 회장 업무도 많고 복잡하다"며 "은행장을 하면서 지주 회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민은행이 지주체제로 전환하려고 하는 목적 자체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분리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황 전 회장은 강 행장에게 '동업론'과 '역할분담론'을 제시했다.

황 전 회장은 "보험 증권 자산운용 은행 지주 등을 두루 거친 제가 지주 회장을 맡고 지금까지 국민은행을 훌륭히 이끌어 온 강 행장이 계속 은행을 맡는다면 KB금융지주를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 행장은 황 전 회장과 달리 말을 극도로 아꼈다.

강 행장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추위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라고만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 행장은 평소 황 전 회장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KB지주 회장은 여러 측면에서 국민은행을 경영해 온 본인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며 "다만 지배구조나 비전 등은 회추위 인터뷰 때 밝히는 것이 도리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행장은 또한 황 전 회장과 달리 지주 체제 출범 초기엔 지주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는 게 좋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제 변화에 따른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는 한편 은행이 주축이 돼 추진 중인 인수·합병(M&A) 등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겸임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금융계에선 회추위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은행 사외이사(9명)들이 현재 강 행장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황 전 회장이 뚜렷한 소신을 내세우며 참여를 선언한 만큼 결과는 미지수라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다.

한편 회추위는 다음주 중 회장 후보 인터뷰를 마치면 국민은행 이사회에 회장 후보를 추천하고,이를 토대로 회장 등 KB지주 이사회가 7월 중순께 구성될 예정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