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대한민국의 민생(民生)은 촛불에 편승한 정치권과 이해 집단의 주도권 다툼 속에 내팽개쳐져 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사그라드는 촛불 정국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어당기는 데만 골몰하고 있으며 민생 문제를 다뤄야 하는 국회는 촛불 뒤에 숨었다.

18대 국회가 원(院) 구성 논의조차 진척시키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는 이유다.

소득세법과 산업입지법 토지이용규제법 등 30개에 달하는 법 개정안을 6월과 7월에 처리해야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만 좇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 안에 쇠고기 수입 고시를 해서 통상 마찰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통합민주당은 "장관 고시를 강행하면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겠다"며 25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다.

자유선진당은 등원을 한다면서도 고시 연기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민주노동당은 장외 투쟁을 계속하면서 등원을 거부하고 있다.

문 닫힌 국회 뒤에서는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힘이 약해진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각종 이익단체들의 행동도 끊이지 않고 있다.

촛불에 움츠러든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규제개혁 등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민감한 정책들을 뒤로 미룬 채 눈치만 보고 있다.

출범 100여일 만에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한 정부는 내각 개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개원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민생 법안들과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추경예산 편성안은 마냥 대기 중이다.

저소득 근로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최고 24만원을 되돌려 주겠다는 감세안이 마련됐으나 서민들의 주머니에 돈이 실제로 들어갈지 불투명하다.

고유가로 고통받는 화물차주와 택시기사 버스업자 등에게 경유값 상승분의 절반을 주겠다는 정부의 고유가 대책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자영업주와 무급 가족종사자(가게 일을 함께 꾸려 나가는 가족)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7000명이나 줄었다.

내수 소비 둔화의 직격탄을 서민들이 고스란히 맞고 있는 셈이다.

임시근로자(9만4000명) 일용근로자(7만3000명) 건설근로자(4만명) 등도 일자리를 잃었다.

기업들은 경기 침체에다 사회 불안까지 겹쳐 채용 및 투자계획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정치권이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현/노경목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