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분)는 보석보다 구두를 더 사랑하는 '슈어 홀릭'(구두 마니아)이다.

그 앞에서 남자친구는 무릎을 꿇은 채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프러포즈와 함께 굽 높이가 10㎝나 되는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겨준다.

수많은 여성 관람객의 탄성을 불러일으킨 영화 속 이 장면은 국내 구두시장에 '하이힐'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10㎝가량의 굽 높은 구두가 인기다.

불경기엔 여성의 옷이 짧아진다는 속설에다 최근 더워진 날씨로 미니스커트,핫팬츠 등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완벽한 각선미 연출을 위한 패션 아이템으로 하이힐을 찾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하이힐이 영화 속 최신 패션 아이콘으로 등장하면서 백화점에선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 품귀현상까지 빚을 정도다.

최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8개 신발 매장에는 굽 높이가 10㎝ 안팎인 여성 구두 일색이다.

'슈콤마보니'는 이번 여름시즌 매장 내 전체 슈즈 제품의 절반 이상을 굽이 10㎝ 이상인 하이힐로 채웠다.

가격은 20만~40만원대인데,스와로브스키 큐빅 장식이 박혀 있고 발등을 T 모양의 가죽 밴드로 덮은 '스테레토 샌들'(29만8000원)이 인기다.

이 매장 관계자는 "이달 초 40개가 들어왔지만 다 팔려나가 물량을 추가로 요청해 놨다"며 "평균 신장이 160㎝ 정도인 한국 여성의 키를 보완해 주고 요즘 20대 여성에게 인기 있는 가수 서인영씨가 방송 등에 자주 신고 나와 인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의 '마놀로 블라닉'에선 '한기시 슈즈'(120만원)가 베스트셀러다.

10㎝가량 높은 힐 높이만큼 발바닥 너비를 넓혀 신을 때 편안함을 주는 게 특징.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배우들이 신고 나온 구두로 눈길을 끌며,고가임에도 하루 1~2개씩 꾸준히 팔린다.

신세계백화점에선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하이힐(10㎝)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0%가량 늘었다.

도마뱀 가죽에 골드 브라운 컬러의 마놀로 블라닉의 '나로드니 슈즈'(159만원)와 세린느의 '웨지힐'(44만5000원)은 이달 물량이 모두 동나,추가 발주를 해 놓은 상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