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국방부 정훈국 사진대 대장으로 종군했던 임인식씨(1920~1998년)의 사진집 ≪우리가 본 한국전쟁≫(눈빛 펴냄)이 출간됐다.

흑백사진 150여 점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처음 공개되는 사진들이 많이 담겨 있다.

6·25 관련 사진들이 대부분 미군 소속의 외국 종군기자들 작품인 것과 달리 한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여타의 사진들과 차별된다.

육사 8기로 임관한 임씨는 전쟁 발발과 동시에 사진대 대장으로 1952년까지 종군했으며 예편한 뒤에는 대한사진통신사를 설립,기자 신분으로 한국전쟁을 취재했다.

그는 전쟁발발 직후부터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평양시민환영대회,전란으로 파괴된 서울 시가지,휴전회담까지 한국전쟁의 주요 현장을 렌즈에 담았다.

종군기자로 낙동강 전선에 투입됐던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의 아들 랜돌프 처칠 기자의 사진,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진해를 출발하는 국군 해병대의 모습,불타버린 보신각과 화염에 그을린 보신각종,부산항에 도착한 유엔군 환영식에 동원된 학생들의 모습 등도 생생하다.

사진 외에 전쟁 발발부터 1950년 10월 평양시민환영대회까지를 기록한 임씨의 종군일기도 함께 수록됐다.

전쟁 발발 나흘째인 1950년 6월29일 우연히 맥아더 미군 사령관 일행과 마주쳐 맥아더 장군의 최전선 시찰 장면을 찍은 이야기,7월10일 충남 연기군 부근에서 적의 전차를 파괴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서 찍은 전차의 잔해와 양손이 전깃줄로 묶인 채 총살된 미군 시신을 찍었던 일들이 종군일기에 남아있다.

이 가운데 미군 시신을 찍은 사진이 AP통신 기자에게 전달됐고 한국전쟁 최초의 사진으로 7월12일자 전 세계 신문에 실렸다는 일화도 들어있다.

사진집을 엮은 임씨의 아들 임정의씨도 대를 이어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