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주자들은 턱 밑 부분에 자국이 생기지만 비올라 주자들은 무릎 위에 자국이 생긴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사이에 오가는 농담이다.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의 비중이 작아 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놀리는 말이다.

비올리스트는 독주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 솔로이스트로 부각되기도 힘들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유리 바시메트(사진)는 '비올라의 전설'로 불린다.

그는 이전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한 비올라의 매력을 한껏 이끌어내 세계 음악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알프레드 슈니트게,소피아 구바이둘리나,기아 칸첼리,마크 안소니 터니지 등 수많은 현대 작곡가들이 그에게 바친 헌정곡만 53개에 이른다.

바시메트가 25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 무대를 갖는다.

서울시향의 '고전 협주곡 시리즈' 첫 번째 순서에 함께하는 것.2002년부터 뉴 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지휘와 협연을 함께 펼친다.

23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바시메트는 "비올라야말로 가장 철학적인 악기"라고 말했다.

비올라의 음색이 인간의 목소리와 닮아 작곡가들의 근원적인 궁금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는 쇼스타코비치와 다케미쓰 등 현대음악가들이 노년에 모두 비올라에 주목한 것을 예로 든다.

비올라가 바이올린과 첼로의 중간 쯤에 해당하는 악기라는 생각도 '편견'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바이올린과 첼로보다 먼저 생긴 악기가 비올라이며,실내악이 성행할 때에는 비올라 때문에 바이올린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도 지금은 비올라의 설자리가 많이 없어진 것을 인정했다.

그가 지휘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도 레퍼토리의 제약이 많은 비올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올라를 위한 곡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더 넓은 음악을 만나려고 지휘를 시작했지요. 하지만 지휘를 해도 오케스트라라는 악기를 연주한다는 점에서는 비올라를 연주할 때와 똑같아요."

바시메트는 1976년 뮌헨 국제 비올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완벽한 테크닉과 서정성,날카로우면서도 드라마틱한 연주력을 갖고 있다.

유럽과 북미 지역의 거의 모든 주요 콘서트홀에서 베를린 필,빈 필,보스턴 심포니,런던 심포니 등과 협연했다.

비틀즈 마니아로 알려진 그가 바이올린으로 클래식에 입문했다가 기타로 비틀즈 음악을 더 연습하기 위해 바이올린보다 상대적으로 훈련시간이 적은 비올라로 전공을 바꾼 일화는 유명하다.

바시메트와 서울시향은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호프마이스터의 '비올라 협주곡 D장조',다케미쓰의 '현을 위한 세 개의 영화음악',슈베르트의 '교향곡 제4번'을 들려준다.

특히 호프마이스터의 '비올라 협주곡 D장조'는 비올라의 독주 부분이 화려하고 관현악의 다양한 색채를 맛볼 수 있는 곡으로 비올라 연주자들의 필수 레퍼토리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이탈리아 현악기 명가(名家)인 '테스토레'의 1758년산 비올라로 연주한다.

모차르트도 '테스토레' 비올라로 연주했는데 바시메트의 악기와는 제작 시기가 3년 정도 차이난다.

1만~6만원,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3700-630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