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이든 풍경이든 사진에 담겨진 순간 그 대상은 이미 과거 속으로 사라집니다. 디지털을 활용해 과거의 기억에서 싱싱한 미래를 잡아낼 수는 없을까 하고 늘 생각해왔죠.현실성 있는 미래의 가상 공간을 시각적 언어로 살려내는 것에 관심이 많거든요."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점이지대'를 사진 예술로 형상화하는 사진작가 정연두씨(39·사진). 최근 그의 85분짜리 영상작품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를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이 약 4만달러에 구입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이 국내 작가의 미디어 작품을 구입한 것은 고 백남준 이후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그의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는 실내 공간에서 시작해 텅빈 도시,농촌,들판,숲,운해(雲海) 등을 훑으며 6가지 장면을 차례로 이어놓은 비디오 작품.지난해 12월 미국 마이애미 바젤아트페어의 특별 전시 프로그램 아트 캐비넷에 선보인 이 작품은 올해 3월10일까지 매주 월요일 뉴욕현대미술관의 '모던 먼데이즈'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관람객에게 상영됐다.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가 미국에서 뜻밖의 반응을 얻자 그는 사진과 비디오 작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캔버스와 붓으로 작업한 것과 달리 지금은 카메라로 시각적 아이디어를 살리는 디지털 미학의 시대라는 생각에서다.

"과거를 되살리는 데 노인들의 기억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의 과거 이야기를 미래의 풍경과 연결시켜 디지털 영상으로 꾸밀 작정입니다. 영화 등 어디선가 봤을 법한 노인들의 풍경이지만 그 속에 인공적인 요소들을 가미시키면 현실과 유사하지만 결코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만들어지거든요."

그는 현재 작업 중인 비디오 작품 '수공 기억'과 근작 사진 '타임캡슐'을 오는 10월 국제갤러리의 개인전에 내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그는 2001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보라매 댄스홀'을 비롯해 누군가의 꿈을 사진으로나마 실현해 주는 '내사랑 지니',어린이들의 그림을 현실과 똑같이 살려내는 '원더랜드(2004)',영화장면 같은 풍경을 진짜처럼 연출한 '로케이션(2005)'등의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국내외 사진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