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위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대통령 실장으로서 가급적 그런 사태가 안 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신임 정정길 대통령실장(66)은 이날 대통령의 인선자 발표 후 가진 출입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촛불이 타기 쉬운 소재들이 쫙 깔려 있다.

이슈가 하나라도 터지면 (확대돼서) 그런 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실장은 학자 출신 대통령실장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교수 출신 치고는 사회 전반에 대해 폭넓게 알아 보려고 노력했다"며 "많은 사람을 만나 고칠게 있으면 고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학계뿐 아니라 사회 각계 인사들과 폭넓은 휴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왕발'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경남 함안 출신의 정 실장은 경북고와 서울대 법학과,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6회)에 합격,농림수산부 기획계장을 지냈다.

이어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책 평가를 위한 비동질적 통제집단 설계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및 행정대학원장,서울대 대학원장,한국행정학회 회장을 역임한 뒤 2003년부터 울산대 총장으로 일해 왔다.

보수적 성향을 지녔으나 경제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1964년 한ㆍ일회담 반대를 주도했던 6ㆍ3학생운동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 수감됐으며 이때 고려대 총학생회장이던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정 실장은 "1980년대 들어 6ㆍ3동지회를 만들었고 그 후 1년에 두어 번씩 만나 소주를 같이했다"고 소개했다.

정 실장은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 등 '현대그룹 패밀리'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 총장 재직시 현대중공업과 함께 조선공학과를 세계적 학과로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행정학 전공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통령학 및 리더십 분야 최고 권위자로도 알려져 있다.

정 실장은 "지난 18일부터 수차례 (청와대로) 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사했지만 정부가 워낙 필요하다고 제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태웅/박수진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