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정몽준 양강 구도로 굳어지는 듯했던 한나라당의 당권 경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불출마가 예상됐던 친박(박근혜)계의 허태열 의원(3선)이 19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내 50여명에 달하는 친박계 의원들의 표가 허 의원에게 쏠릴 경우 당권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허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니편,내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는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참여해야 당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 친박 세력의 대표주자임을 시사했다.

허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재가'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주변의 권유가 많아 두번 정도 말씀을 드렸는데 가타부타 말씀이 없었다"며 "스스로 결정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아침에 유정복 의원을 통해 박 전 대표에게 (출마 계획을) 보고했고 '열심히 하시라'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경환 이혜훈 유정복 이정현 구상찬 손범규 윤상현 김선동 김태원 서상기 이범관 의원 등 당내 친박계 인사 11명이 자리를 함께해 세를 과시했다.

친박 측 관계자는 "당내 친박 의원들이 허 의원에게 힘을 모아주기로 결정했고 이는 박심(朴心)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의원의 출마로 일단 '범친박계'를 표방하며 출마 의사를 밝혔던 진영,김성조 의원 캠프엔 비상에 걸렸다.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김 의원의 경우 불출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세론에 힘이 붙었던 박 전 의원 측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최대 경쟁자인 정 의원이 뒤를 쫓는 상황에서 같은 영남권(부산 북강서을)인 허 의원의 출마가 영남표를 분산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친박계의 영남권-수도권 후보인 허태열-진영 의원과 친이계의 영남권-수도권 주자인 박희태-공선진 의원 간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유창재/김유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