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에 부응하기 위한 한미 쇠고기 협상이 큰 원칙에선 합의를 이뤘지만 "기술적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직업 통상관료 답게 평소 입이 무거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9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4차 장관급 회담을 마친뒤 "원칙은 합의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수입을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만드는 '기술적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날 밤 재개될 막판 협상에서 완전한 타결에 이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청와대는 쇠고기 협상 타결을 전제로 이날 오후로 예고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특별기자회견'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측은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 급거 귀국하려던 김 본부장이 다시 워싱턴으로 향한 지난 16일 이후 담판에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안보내고 안받는다'는 큰 원칙에는 의견의 일치를 이뤘다.

우리측도 쇠고기를 둘러싼 '촛불민심'의 압력이 크지만 하루라도 빨리 한국행 쇠고기를 선적하고 싶어하는 미국으로서도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입장을 고집하다가는 한국시장 전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이익 균형점'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반입을 막을 장치를 놓고 좀처럼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협상단은 한국에 들어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의 도입과 이 프로그램의 실행력을 담보할 미국 정부의 조치, 그리고 EV 프로그램 시행기간을 최대한 길게 확보하길 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어기고 국내에 들어온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검역을 통해 반송.폐기한다는 우리측 방침도 미국이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물론 양국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규제방식으로 합의한 것은 기본적으로 '민간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EV프로그램을 민간자율로 한다는 것은 가능한 방안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순수 민간자율에 맡겨둘 경우 이 프로그램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의 실질적 규제나 기준에 맞지 않는 쇠고기의 반송.폐기가 잡음없이 이뤄지기 힘들다.

어떤 형태로든 이 부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담보'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양측 통상장관은 이 담보 조치와 관련 '정부 개입의 흔적없이' 한다는 총론에는 합의를 봤지만 그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아울러 '월령 제한'도 아닌 '월령 구분표시'를 120일간만 하겠다는 미국 축산업계의 입장을 감안할 때 EV 프로그램의 시한을 미국의 동물성사료조치 강화가 본격 시행되는 시점까지 최소 1년이상 또는 반영구적으로 확보하려는 우리 협상단의 의도에 미국이 쉽게 동의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결국 이번 협상이 진행되는 이유는 전체 협상의 각론격인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막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지만 양측이 합의한 대원칙을 실행할 수 있는 묘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신호경 기자 jsking@yna.co.kr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