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관광성 외유 징계.문책 요구

최근 3년간 정부와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25만7천31명이 1조원에 가까운 경비를 쓰면서 공무 국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또 공무 국외여행 가운데 해외시찰, 연수 명목으로 관광성 외유를 떠나거나 국외여행 경비를 불법조성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6-7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603개 기관을 대상으로 공무국외여행을 파악한 결과, 이같은 문제점을 적발했다며 "관광성 여행을 다녀온 공직자들의 징계와 문책을 요구했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3년간 공무 국외여행 1조원 = 2005년부터 지난해 5월말까지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온 공직자는 59개 중앙행정기관 5만4천94명, 246개 지방자치단체 11만1천384명, 298개 공공기관 9만1천553명이다.

또 여행경비 집행실적은 2005년 3천905억원, 2006년 4천427억원, 2007년 1∼5월 1천478억원으로 모두 9천810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603개 기관 중 기획예산처와 산업은행 등 30개 기관을 추려내 실지감사를 한 결과, 2006년 한해 공직자 1만8천795명이 7천945차례에 걸쳐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501억원의 경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30개 기관당 평균 627명이 16억7천만원을 들여 공무국외여행을 한 셈"이라며 "외유 1회당 평균 6-7명이 일주일 가까이 해외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시찰.연수 명목 관광 = 산업은행은 서울대 산하 모 연구소와 함께 `산은MBA과정' 직원 위탁교육을 실시했고, 2005-2006년 위탁교육 대상자 108명이 해외연수, 산업시찰 명목으로 6억7천만원짜리 유럽.동남아 관광을 다녀왔다.

옛 건설교통부 직원 10명은 2006년 11월 공공.노사갈등 해소 해외사료 조사를 목적으로 영국, 이탈리아, 터키 등을 방문해 이틀만 현지기관을 둘러보고 나머지는 관광일정으로 채웠다.

또 전남도 의회 소속 의원과 시.군 공무원 등 17명은 2005년 9월 해외축제 견학 계획서를 만든 뒤 여행사 프로그램에 따라 유럽 4개국 명소를 방문했고, 한전 직원들은 2006년 이미 종료된 해외포럼에 참석한다며 허위로 출장계획서를 작성한 뒤 실제로는 스위스 관광 일정으로 채웠다.

이와 함께 옛 기획예산처와 경기도, 수원시, 금융감독원 일부 직원들은 외국기관과 사전협의 출장을 나가 기관방문 대신 해외관광을 했고, 옛 산업자원부와 전라남도, 산업은행 직원들은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출장허가를 받아 해외관광을 했다.

◇여비 `편법조달, 떠넘기기' = 건설교통부 직원 4명은 2006년 수문관측소 용역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 직원들과 함께 미국, 독일을 방문하면서 규정을 어기고 여행경비 3천700만원을 용역비에 포함시켰다.

산자부는 2006년 국제협력단 파견사업비로 교부된 보조금 가운데 6천800만원을 장.차관 국외여행 경비로 집행했고, 농수산물유통공사는 2005-2006년 농수산물안정기금 4천300만원을 직원 여행경비로 사용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1월 주요국 중기재정계획 수립과정 연구를 위해 유럽을 방문하면서 여비 5천여만원을 코트라에 떠넘겼고, 산업은행은 2005-2007년 국외여행 568건 가운데 146건의 여행경비 전액 또는 일부를 다른 기관에서 부담케 했다.

◇관광성 단체 공무여행 = 상급기관이 선진사례 벤치마킹 목적으로 하급기관 직원을 인솔해 단체관광을 다녀오는 사례도 빈번했다.

옛 행정자치부 직원들은 2006년 서울시 등 15개 시.도 지역경제 담당 공무원들과 함께 선진 지역경제 시찰을 명목으로 브라질 이과수 폭포 등을 방문했고, 지방개발공사협의회는 2006-2007년 SH공사 등 12개 도시개발공사 임직원과 함께 관광위주의 합동해외 연수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K모 전직 한전 감사는 `공공기관 감사혁신 포럼' 의장을 지내면서 지난해 사회적 문제가 됐던 공공기관 감사들의 `남미 외유성 연수'를 추진했고, 자신은 2005년 7월 감사취임 이후 6천543만원을 들여 7차례 공무국외여행을 했다.

감사원은 "K씨는 2005년 10월 해외법인 순시 명목으로 미국, 일본을 방문해 대부분 일정을 관광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