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길에 올랐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장관급 협상을 더 하자"는 미국의 요청을 받고 협상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재개될 한.미 통상장관 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김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다시 만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금지에 대한 민간 자율규제를 미국 정부가 어떻게 보증할지를 집중 논의했다.

미국이 귀국행 항공기 탑승을 앞둔 고위급 협상 파트너에게 회담 재개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최종적인 해법에 대해 서로 합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긍정적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긴박했던 일요일 오후

13,14일 이틀간 워싱턴에서 장관급 회담을 가진 한.미 양국은 당초 15일 내부협의를 가진 뒤 16일 오전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15일 오전까지도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추가적인 협상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다.

16일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자 김 본부장은 15일 오후 귀국을 결심하고 수행원 1명만 대동한 채 뉴욕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때가 오후 6시30분.16일 0시50분발 뉴욕~인천 대한항공 항공편도 예약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김 본부장이 열차에 있던 3시간20분 사이에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이 주미 한국대사관과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에 협상 연장을 요청한 것.통상교섭본부는 서울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오후 9시50분께 뉴욕에 도착한 김 본부장과 통화,이 같은 사실을 전했고 김 본부장은 귀국을 보류하고 슈워브 대표와 협상을 다시 갖기로 결정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전적으로 김 본부장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어떤 훈령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왜 연장 요청했나

쇠고기 협상의 중요성과 긴박함을 감안하더도 귀국길에 오른 일국의 통상장관에게 돌연 협상 연장을 요청한 것은 외교 관례상 흔한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16일 오후 늦게 이뤄진 사흘째 장관급 회담에서는 양국이 마지막 카드를 꺼내 놓고 최종 타결을 시도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만큼 기술적인 협의를 하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미국이 "한국행 쇠고기 수출 작업장에 '30개월 미만'이라는 조건이 포함된 강제성 있는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적용해달라"는 한국의 요구에 어떤 입장 변화를 보였느냐는 점.미국은 이틀간의 협상에서 한국의 요청을 수용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시해왔다.

만약 합의가 이뤄진다면 미국 내 육류수출업계가 자진해서 '30개월 미만' 조건의 한국 EV 프로그램을 미 정부에 제출하면 미 정부는 실제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방식으로 양국이 협상을 타결지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이날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농림수산식품부는 김 본부장의 귀국→잔류 검토→협상재개 등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왜곡과 은폐는 국제통상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은 일시적인 혼선이 미국의 입장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