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그룹인 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51)에 대한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15일 간디처럼 채식주의자에다 술을 전혀 하지 않는 암바니 회장이 인도를 바꾸겠다는 혁명적인 사상까지 간디를 닮았다고 보도했다.
기업 총수가 국가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3%,수출의 13.4%,정부 세수의 4.9%를 책임지는 기업을 이끌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대중 앞에서 연설할 때 긴장하고 어눌하지만 늘 일개 기업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얘기한다.
"10∼15년 뒤에는 인도의 절망적인 가난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카스트(인도의 계급제도)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새로운 인도를 만들 수 있지요."
그는 이미 인도 문제의 해결사로 나섰다.
농민과 직거래하는 700여개 슈퍼마켓을 연 게 대표적이다.
11억 인구의 3분의 2가 땅을 파서 살아가는 현실에서 중간 유통상을 없애는 식으로 농민들의 가난 탈출을 돕겠다는 것이다.
60억달러 규모의 정유 공장을 세워 인도가 휘발유를 자급할 수 있게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암바니 회장은 하루 66만배럴을 가공하는 이 공장의 처리능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또 인도의 제조업을 중국의 경쟁 상대로 만들기 위한 비전도 갖고 있다.
중국과는 달리 대규모 노동력과 싼 값의 토지를 쉽게 구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수작업이 요구되는 제조를 농촌으로 분산시키고 품질관리와 마케팅 유통은 릴라이언스가 맡겠다는 것이다.
간디가 주창한 농촌의 가내수공업 방식과 유사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암바니 회장은 "모든 사람에게 권한을 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간디가 가르쳤다"며 "이제 이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도 2위 소프트웨어서비스업체인 인포시스의 난담 M 닐레카니 회장은 "록펠러나 카네기는 1개 산업을 바꾸었지만 암바니 회장은 3∼4개 산업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암바니 회장은 서민적 취향으로도 유명하다.
인도 최대 부호인 데다 인도 사람들이 세계 최대 부호가 될 것으로 믿는 그이지만 인도의 일반 엘리트와는 달리 영어보다는 구자라티 지방 사투리를 쓰길 좋아하고 뭄바이 거리에서 파는 인도식 크레이프를 즐긴다.
양복 대신에 흰색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운동화 같은 구두를 신는다.
토요일에도 자정까지 일하는 일벌레지만 일주일에 세 편의 영화를 보는 영화광이기도 하다.
암바니 회장은 보통의 대기업 2세들과 달리 진흙 속의 연꽃처럼 자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릴라이언스의 창업자인 아버지 디루바이 암바니는 자녀들이 응석받이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저소득 지역에서 살며 가정교사를 시켜 필드트립(현장탐사)을 하게 했다.
그래서 그는 1세대 기업인에게서 발견되는 전투적인 '기업가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
"내가 배운 건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첫 시도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죠." 현장을 중시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트레일러에서 잠자며 방직 공장을 세운 그를 두고 친구들은 "손을 더럽히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2002년 디루바이 회장이 유언장 없이 작고한 이후 장남 무케시와 차남 아닐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생기자 어머니의 중재로 무케시는 섬유 화학 정유 등의 사업군을 거느린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맡고,아닐은 릴라이언스 캐피털과 커뮤니케이션스 등을 떼내 아닐 디루바이 암바니 그룹을 만들었다.
디루바이 회장이 사망할 당시 릴라이언스 그룹의 시가총액은 1조6000억루피(약 38조4000억원)였지만 지난해 말 암바니 회장이 이끄는 그룹만 4조1000억루피(약 98조40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