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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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계약 안정성 훼손 … 투자위축" 반발
정부와 여당은 15일 긴급 당정 협의를 열고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들이 요구한 '원자재가 납품단가 연동제'는 시장원리를 훼손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다소 완화한 해결책을 내놓은 것.하지만 재계는 이 제도 역시 계약의 안정성를 훼손해 결국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발,논란이 예상된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이날 당정 협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납품 계약 이후에도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사정이 발생하면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하도급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인상 때문에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갑과 을'의 관계가 워낙 뚜렷해 납품단가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업계 자율에 맡기다 보니 잘 진행이 안돼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교섭력이 떨어져 자율 협의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성실한 조정 협의'를 법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당정은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계약서에 납품단가 조정 방안을 명시토록 하고 납품업자가 '조정 협의 신청권'을 내면 상대방이 성실히 응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래도 협의가 안 되면 공정경쟁연합회 등이 참여하는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맡길 방침이다.
이를 어길 경우엔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을 통해 제재키로 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산업의 경우 원ㆍ부자재 조달시 장기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상치 못한 사정이 생겼다고 원ㆍ부자재 업체가 수시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예컨대 A발전회사가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를 위해 B석탄회사와 계약을 맺고 탄광 옆에 대형 발전소를 지었는데 짓자마자 B사가 계약을 깨고 석탄값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면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규모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계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분위기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자율 조정이 안 되면 제3자(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맡긴다는 것인데 여기까지 가는 건 사실상 앞으로 거래를 하지 말자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쌍방간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앞으로 기업들은 정말 믿을 수 있는 업체가 아니면 계약을 하지 않아 중소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지적에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시장경제 원칙을 떠받치는 두 가지 기능 중 하나가 자율성이고 나머지 하나가 공정성인데 자율에만 맡겨 놓으면 결과의 불평등이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정부와 여당은 15일 긴급 당정 협의를 열고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들이 요구한 '원자재가 납품단가 연동제'는 시장원리를 훼손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다소 완화한 해결책을 내놓은 것.하지만 재계는 이 제도 역시 계약의 안정성를 훼손해 결국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발,논란이 예상된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이날 당정 협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납품 계약 이후에도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사정이 발생하면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하도급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인상 때문에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갑과 을'의 관계가 워낙 뚜렷해 납품단가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업계 자율에 맡기다 보니 잘 진행이 안돼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교섭력이 떨어져 자율 협의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성실한 조정 협의'를 법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당정은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계약서에 납품단가 조정 방안을 명시토록 하고 납품업자가 '조정 협의 신청권'을 내면 상대방이 성실히 응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래도 협의가 안 되면 공정경쟁연합회 등이 참여하는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맡길 방침이다.
이를 어길 경우엔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을 통해 제재키로 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산업의 경우 원ㆍ부자재 조달시 장기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상치 못한 사정이 생겼다고 원ㆍ부자재 업체가 수시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예컨대 A발전회사가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를 위해 B석탄회사와 계약을 맺고 탄광 옆에 대형 발전소를 지었는데 짓자마자 B사가 계약을 깨고 석탄값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면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규모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계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분위기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자율 조정이 안 되면 제3자(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맡긴다는 것인데 여기까지 가는 건 사실상 앞으로 거래를 하지 말자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쌍방간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앞으로 기업들은 정말 믿을 수 있는 업체가 아니면 계약을 하지 않아 중소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지적에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시장경제 원칙을 떠받치는 두 가지 기능 중 하나가 자율성이고 나머지 하나가 공정성인데 자율에만 맡겨 놓으면 결과의 불평등이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