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명 점술인이 "제왕지기(帝王地氣)가 서린 곳"이라고 말했다는 여의도 국회 앞 대하빌딩이 여야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 다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박희태 전 의원,정몽준 의원 등 한나라당 당권주자들이 이 빌딩 4층에 나란히 선거사무실을 열더니 이번엔 민주당 당권을 준비하는 추미애 의원도 6층에 사무실을 차리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최고위원직을 노리는 친이계 공성진 의원은 9층,친박계 김성조 의원은 2층에 사무실을 마련한 상태다.

여야의 당권주자들이 이 빌딩에 총집결한 셈이다.

대하빌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 당시 이곳에서 선거를 치르고 당선된 후 유명해졌다.

1995년과 1998년에는 각각 서울시장에 당선된 조순 전 부총리와 고건 전 총리가 사무실을 차렸었다.

이 같은 유명세 때문인지 대하빌딩은 각종 선거가 있을 때마다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이해찬 후보,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이곳에 입주했었다.

특히 박희태 전 의원이 사무실을 낸 411호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대선 전까지 사용했던 사무실로 '명당 중의 명당'으로 소문이 난 곳이다.

이렇다보니 선거철에 경쟁자끼리 수시로 마주쳐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박 전 의원과 정 의원의 경우 대의원들이 양측의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놓고 사무실을 찾지 못하는 게 고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건물의 소유주는 13대 국회 때 전국구의원을 지낸 김영도 하남산업 회장이다.

대하빌딩 인근의 용산빌딩과 대산빌딩도 김 회장의 소유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