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자신의 집에서 납치됐던 허은정(11.초등 6년)양이 끝내 숨진채 발견돼 무사귀환을 바라던 시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30일 오전 4시40분께 허모(72)씨의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2명이 침입하면서 발생했다.

남자들은 잠에서 깨어 누워있던 허씨에게 '한 번 죽어봐라'며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때렸고 옆방에서 자다 나와 이를 말리던 허양을 납치해 사라졌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당시 정황 등으로 미뤄 주변인물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비공개 수사를 벌였으나 수사에 진척이 없자 발생 5일째인 지난 3일 공개수사에 나섰다.

실종아동경보 시스템인 앰버경보를 발령하고 각 경찰서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으며 지난 5일 사건을 맡은 수사전담팀을 수사본부로 격상시켰다.

전단지 1만7천장을 배포하고 최고 5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으며 경찰관과 자율방범대원 등을 동원해 허양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한 뒤 허양 옆동네에 사는 한 중학생의 허위제보 등으로 헛수고를 했다.

이 중학생은 지난 4일 "허양이 지난 1~2일 3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납치됐다가 탈출해 시내에 있으니 나와서 데려가 달라'고 말했다"고 신고했으나 허위로 밝혀졌다.

경찰은 허양의 소재를 찾는데 실패했으나 허양이 직접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점 등으로 납치가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펼쳤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딸과 따로 사는 허양의 아버지는 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경찰이 딸이 납치된 게 아닌 것처럼 수사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납치사건과 아주 다른 양상이어서 가출 등 납치 이외의 가능성도 열어뒀었다"고 해명했다.

또 경기 수원에서 허양을 봤다는 제보와 고속도로 영업소직원이 용의자와 비슷한 사람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9일 경찰청 헬기를 동원해 사건 발생 주변을 수색했고 12일 전.의경 5개 중대를 투입해 허양의 집 주변 반경 5㎞ 지역을 집중수색해 2㎞ 떨어진 속칭 용박골 8부 능선에서 허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이 많이 지나 허양의 생사 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고 여겼으나 막상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돼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수사에 최선을 다해 반드시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realis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