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기 위해 외부에서 우수 인재를 적극 영입할 계획입니다."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54)는 11일 정부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투자은행의 성패는 인재에 달려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 총재는 "산은과 대우증권 등 계열사의 현재 인력이 민영화 및 투자은행으로의 변모를 주도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도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외부 인재 영입이 가능한 열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 개편과 관련,"기존에는 정책금융 위주였지만 앞으론 한국개발펀드(KDF)를 분리하고 산은지주회사를 출범시켜야 하므로 일정 부분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 총재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전세계가 금융경색을 겪고 있는 지금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적기로 봤다.

그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에는 자기자본의 30배까지 레버리지(차입)를 늘렸다가 지금은 상업은행의 10배 수준으로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글로벌 투자은행은 투자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기존 자산까지 줄여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산은은 현재 레버리지가 7배 수준이어서 일반적인 10배 수준으로만 늘리더라도 무리없이 투자가 가능하며 전략적으로 국제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호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산은의 투자은행 경쟁력을 낙관하고 있지 않지만 불가능하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민 총재는 "산은 자체가 국내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구조조정 업무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데다 프로젝트 파이낸싱,파생상품 등의 분야에서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며 평가했다.

민 총재는 민영화를 위해선 산은 임직원들의 마인드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자신도 달라진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 명함에 '총재'대신 '은행장'을 새겼다.

그는 "민영화를 이루면 국내 대형은행들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며 "시중 은행들은 은행장 타이틀을 쓰고 있는데 우리만 총재라는 호칭을 쓰면 모양도 안맞고 선의의 경쟁을 한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산은은 민 총재의 결정에 부응,임원들의 명함을 전부 새로 바꿨다.

부총재는 수석부행장으로,9명의 이사 및 이사대우들은 모두 부행장으로 명함을 다시 새겼다.

민 총재는 첫 공식일정을 해외 투자설명회로 잡았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방문,기관투자가들을 직접 만나 정부의 민영화 방안과 산은의 투자은행 변모 노력 등을 직접 설명한다.

그러나 민 총재 행보가 순탄할 것만 같지는 않다.

당장 출근 저지에 나선 노조를 장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 총재는 "노조는 민영화와 투자은행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성공시키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민영화 발표로 하향조정되고 있는 산은의 신용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도 민 총재의 과제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순조로운 전환,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등 대기업의 주인 찾아주기 등도 모두 민 총재가 시급히 해야 할 일들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