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경찰추산 8만, 주최측 70만

사건팀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10일 주최한 `6.10 백만인 촛불대행진'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사상 최대 규모의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든 가운데 평화롭게 진행됐다.

당초 우려와 달리 충돌은 없었다.

`비폭력' 원칙을 천명한 주최측과 시민들은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자정능력'을 발휘했다.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을 막기 위해 행진의 주요 경로 3곳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한 경찰 역시 시위대와 직접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모습이었다.

6.10항쟁 21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이날 촛불대행진에는 8만여명(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 70만여명)이 운집해 세종로사거리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부터 남대문 앞까지 도심 대로와 주변 도로를 촛불로 가득 메웠다.

경찰 추산으로는 `쇠고기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이자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규탄 촛불시위(13만명) 이후 두번째로 많았다.

주최측 집계로는 1987년 6월항쟁에 맞먹는 엄청난 숫자다.

이와 관련, 현장을 둘러본 모 경찰관은 익명을 전제로 "이 정도면 20만명은 될 것"이라며 양측이 주장하는 숫자에 모두 `과장'과 '축소'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서울 외에도 전국적으로 70개 지역에서 6만2천여명(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 30만명)이 거리로 나서 동시다발 촛불시위를 벌였다.

주최측은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보수단체의 서울광장 선점으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작된 서울 행사에서 시민들은 `아침이슬'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등의 노래로 분위기를 띄운 뒤 "전면 재협상, 고시철회"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국산 쇠고기 사태의 해결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오후 9시15분께 문화제 행사를 마치고 서대문과 종로, 독립문 등지로 나뉘어 촛불 가두시위에 나서 `비폭력'의 원칙에 따라 평화시위를 벌였다.

오후 11시40분 현재 시위대(경찰 추산 3만7천여명)는 안국동 로터리, 세종로 사거리, 서대문 로터리, 서울역 부근 등 도심 곳곳에 흩어져 거리행진을 벌인 뒤 다시 세종로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여의도 국회와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도 별도의 촛불집회가 진행 중이다.

앞서 경찰은 세종로사거리 광화문 방면과 적선로터리 효자동 방면, 동십자각 앞 도로 등 청와대로 향하는 진입로에 대형 컨테이너 60대를 동원, 벽을 쌓았다.

일부 시위대는 대형 스티로폼으로 계단을 만들어 경찰의 컨테이너 차단벽을 넘으려고 시도했지만 `평화시위'를 외치는 시민들의 만류로 포기했다.

이날 행사에는 가족단위 참가자들과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이 골고루 참가했고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상천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21년 전 민주항쟁의 밑거름이 됐던 고(故) 이한열씨의 추모 행렬과 고(故) 박종철씨의 유가족 등이 촛불집회에 합류하면서 당시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386세대 `넥타이 부대'도 가세했다.

아들 이한열 열사의 상여와 함께 현장에 도착한 배은심씨는 광화문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한열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협조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명박 정부가 분신(고 이병렬씨)의 뜻을 가볍고 공허하게 받아들이는 바람에 땅속의 촛불처럼 녹아들어 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집회에는 가수 안치환과 양희은, 배우 문소리 등 유명 연예인도 참가해 노래를 부르고 시민들과 함께 손에 촛불을 들었다.

국민대책회의는 호소문을 통해 "주권자인 국민이 국민명령권을 발동해 오는 20일까지 쇠고기 협상을 무효화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설 것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명령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시위로 오후 6시 이후 태평로와 세종로 양 방향이 전면 통제됐고, 이어 7시10분께부터는 종로에서 서대문 방면 차로 모두 교통이 차단돼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전국에 `갑호 비상'을 발령해 가용 경찰력을 100% 동원하는 등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221개 중대(2만여명) 등 전국적으로 모두 292개 중대(약 3만명)를 배치해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했다.

앞서 낮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 6천여명이 서울광장에서 `법질서 수호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촉구 국민대회'를 열어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시민들과 일부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한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사과 발언을 하기 위해 오후 7시30분께 촛불집회 현장에 나타났다가 시민들의 저지로 발길을 돌렸다.

지방에서는 부산 시민 2만여명(경찰 추산.주최측 추산 2만5천여명)이 서면 쥬디스태화 옆에서 `6.10항쟁 21주년 100만 촛불대행진 부산행사'를 가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촛불시위가 열렸으나 별다른 충돌없이 자정 이전에 대부분 자진 해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