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빅은 캐리와 결혼하기로 한 날,식장 앞에서 도망친다.

후회하고 차를 돌렸을 때는 이미 상황 끝,둘은 헤어진다.

빅의 망설임은 결혼에 대한 두려움 탓이다.

이혼 경력이 있는 만큼 영 부담스러운데 캐리 친구 미란다가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하자 '그렇지' 싶었던 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게 빅뿐이랴.한국 남자들도 결혼 날짜를 잡으면 좋은 한편 심란해진다고 한다.

여자도 다를 리 없다.

게다가 몰랐던 상대방의 집안 문제,혼수 갈등 등이 겹치면 '이 결혼을 꼭 해야 하나' 고민스럽다.

그래서인지 최근 청첩장을 돌리고 취소하는 일도 늘어난다.

화려한 겉과 달리 전전긍긍 속에 이뤄지는 건 출산도 비슷하다.

TV드라마에선 임신만 했다 하면 다들 기뻐 난리지만 현실에선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갑작스런 임신 소식에 당황하는 남편 때문에 서운한 아내도 있고,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여성도 적지 않다.

만삭이 되면 회사는 어떻게 하나,누가 돌보나 등 생각이 많아지는 까닭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일은 더 커진다.

집에 있어도 여자 혼자 아기를 키우자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그러니 일하는 여성은 더더욱 사태가 심각하다.

낮엔 누가 봐줘도 밤엔 거의 엄마 몫이다.

사정이 이런데 육아를 돕기는커녕 자신에게 신경을 덜 써준다고 투정하는 남편도 있다는 마당이다.

여자는 지치고 피곤해진다.

산후 우울증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닌 셈이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는 걸까.

미국에선 '아빠 훈련소'가 인기라는 소식이다.

예비아빠를 대상으로 기저귀 갈기와 목욕시키기 등 아기 돌보는 법과 산모의 심신 상태 등을 알려주는 곳인데 43개 주에서 개설됐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미리 배우고 익혀두면 아기 보살피기는 물론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기도 쉬울 게 틀림없다.

'맞벌이는 환영,가사와 육아는 여자 몫'이라는 사고가 바뀌지 않는 한 출산율 제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야말로 아빠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줄 아빠 훈련소가 시급하다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