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8일 "베트남 정부의 증시 안정화 대책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베트남 재무장관, 증권감독위원장 등과 면담한 결과 실무진에서 증시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이미 마련했고 수상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 놓은 상태인 것으로 들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 사장은 "베트남 당국이 그동안 인플레이션 문제에만 신경을 쓰느라 증시는 방치하다시피 했지만 최근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면서 베트남 정부도 증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증시 급락으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줄고 있는데다 베트남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공기업 민영화 등 당면 과제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베트남 증시는 하루 평균 거래량이 9억원에 그치는 등 수급이 깨진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매도 물량이 조금만 나와도 증시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다"며 "게다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계좌들이 깡통계좌로 변하면서 증시의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사장은 "현재 베트남의 깡통계좌는 8천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베트남 정부에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이들 계좌의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를 위해 베트남 정부가 은행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조만간 구체적 논의와 증시 안정화 대책 나오면 그 시기가 베트남 증시의 바닥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지만 내년 말까지 경제가 안 좋다고 해도 증시는 그 전에 먼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베트남에 직접 와서 보니 기본적인 펀더멘털이 서울에서 생각한 것보다 악화된 부분도 있는 것 같지만 현지법인 설립 등 기존의 베트남 사업 계획은 변함이 없다"며 "베트남 펀드는 2~3년 후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증시가 안정되고 확신이 생기면 펀드를 추가 출시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노이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