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동의 없는 임의 펀드가입에 철퇴

펀드의 '불완전판매'로 손실을 본 투자자가 분쟁조정을 통해 구제 받은 첫 사례가 나왔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펀드 투자자 김모씨가 은행의 펀드 판매 직원이 임의로 펀드에 가입해 손실을 입었다며 원금 전액을 돌려달라고 신청한 분쟁조정 건에 대해 "은행 직원이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임의로 펀드에 가입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투자자에게 손실액을 배상하라"고 최근 결정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임의 판매나 불충분한 설명 등의 펀드 '불완전판매' 행위에 대한 민원이나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펀드 투자자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펀드 투자자 김모씨는 작년 9월14일 모 시중은행 한 지점을 방문해 담당 직원 이모씨와 "일본 출장을 가기 전에 자금관리를 위해 펀드 가입 및 환매 신청서를 미리 작성하되, 펀드를 가입할 때는 사전에 유선으로 연락해 펀드 유형과 가입 시기 등을 정하자"고 합의했다.

김씨는 10월 중순 일본에서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 및 배우자 명의로 3억800만원을 투자한 7개 펀드를 모두 해지해달라고 해 3억5천600만원을 환매받았다.

그러나 판매 직원 이씨는 보름 뒤 투자자 김씨와 사전 합의 없이 1억2천만원으로 3개 펀드에 가입한 뒤 다음 날 김씨에 전화해 펀드 가입 사실을 통보했다.

11월 초에는 2억1천만원을 3개 펀드에 추가로 투자해놓고도 투자자 김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아예 알리지 않았다.

이후 김씨가 인터넷뱅킹을 하다가 우연히 이 사실을 알고 이씨에게 전화해 "왜 나 몰래 펀드에 가입했느냐"고 항의한 뒤 12월 말 귀국 후 해당 은행 지점을 찾아가 이의를 제기한 데 이어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해당 은행은 펀드 거래에 대해 김씨의 위임을 받았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다 담당 판매 직원인 이씨는 펀드 가입 전에 김씨와 협의를 하지 않은 만큼 임의로 펀드에 가입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금감원은 또 "김씨가 펀드 가입 사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의 제기한 사실이 인정돼 적극적으로 환매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김씨가 매매 손실이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했다거나 해당 펀드거래에 대해 묵시적으로 추인의사를 보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해당 펀드의 임의 가입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판매 직원인 이씨가 6개 펀드에 투자한 원금 3억3천만원에서 김씨가 펀드 가입 사실에 대해 처음 이의를 제기한 시점의 평가액인 3억1천258억원을 뺀 나머지 손실액인 1천741만원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장상용 금감원 분쟁조정실장은 "펀드는 기본적으로 실적배당 상품이므로 원금 손실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며 가입할 때는 투자설명서와 상품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자필 서명을 해야 한다"며 "자필 서명을 한 뒤에는 구제를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1.4분기 중에 은행과 증권을 상대로 한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총 66건으로 집계됐다.

은행을 상대로 한 펀드관련 분쟁 신청은 작년 1.4분기에는 거의 없었으나 올해 1.4분기에는 46건이나 접수됐고 증권사의 경우 20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5건 증가했다.

금감원은 "작년 4.4분기 이후 글로벌 증시 약세가 지속하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분쟁 조정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