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6일 불교계와의 간담회에서 쇠고기 재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정부로선 재협상이 그만큼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재협상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쇠고기 협상 상대국인 미국도 이미 다른 나라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내용을 재협상을 통해 고친 사례가 적지 않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미·페루 FTA,미·콜롬비아 FTA 등이 그런 경우다.
따라서 미국도 한국 정부가 끝까지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골치 아픈 것은 이 대통령의 지적처럼 재협상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쇠고기 재협상이 한·미 FTA의 재협상으로 이어져 자동차 등 한국이 유리한 분야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무역 보복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도 이날 "우리가 통상국가인데 지금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며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 상품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후유증을 뻔히 알면서 이를 모면하기 위해 재협상하겠다고 무책임하게 말할 수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주장이다.
이 대통령은 결국 양국 수출·입업체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거나 수입하지 않기로 하는 자율규제협약을 맺고 양국 정부가 이를 보증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이날 "민간이 하더라도 사실상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재협상 불가 발언이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반대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통령이 정부 간 협상이 아닌,확신하기 어려운 민간 업체들 간 협약으로 사태를 서둘러 마무리하려 든다는 비난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당장 통합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경제 위기론으로 국민을 협박한 엄청난 변명이며,국민에 대한 선전포고에 다름없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민주노동당도 "국민은 무서워하지 않고,미국과의 통상마찰만 두려워하는 대통령을 우리 국민은 용서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시민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대통령에게 불리해진다면 인적쇄신 등 여러 가지 민심수습책을 내놓더라도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재협상으로 몰릴 수도 있고,그럴 경우 대통령이 입을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류시훈/김유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