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라고요. 대기업이 없었더라면 울산이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4만달러의 부자 도시로 성장했겠습니까."

박맹우 울산시장(사진)은 최근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에 대규모 공장부지를 제공한 데 대해 중소기업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과 관련, "여왕벌이 있어야 꿀을 따는 벌떼들이 몰려들 듯 대기업이 울산에 든든히 기반을 다져야 협력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여왕벌론'을 제기하며 반박했다.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공장 지을 땅이 부족하다"며 부지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그가 이처럼 '대기업 붙들기'에 발벗고 나선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올초 공장부지가 없어 현대중공업 제2조선소를 전북 군산에 내주는 쓴잔을 마셔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중공업을 따라 50여개 협력업체가 군산 공단에 입주하면서 군산의 신규 고용창출 규모가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지자 그는 충격을 받았다.

이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역경제를 위해 '대기업 잡기'에 나서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마침 현대미포조선이 전남 대불 등에서 조선소 부지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에 박 시장은 울산 해안을 샅샅이 뒤졌다.

세진중공업이 부지조성공사를 끝낸 온산 해안매립부지가 빈터로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세진중공업이 빈터를 현대미포조선 공장부지로 제공하도록 설득했다.

대신 세진중공업에는 인근의 온산국가단지 12만2000㎡를 조성원가로 분양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어 자동차 부품생산 전용기지로 당초 계획했던 북구 중산동 일대 이화일반산업단지 39만3000㎡ 부지를 최근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사업부 이전 부지로 통째로 내줬다.

중소기업을 포함해 지역 내 185개 기업이 공장 부지난으로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고,자동차 부품기지로 계획했던 부지를 조선업체에 내준다는 자체가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지만 박 시장은 이같은 어려운 선택을 했다.

경제효과 분석 결과,현대중공업이 이곳에 중장비 건설사업본부를 이전하면 종업원은 1110여명에서 2200여명으로 늘어나고 굴착기와 지게차 등을 생산해 연간 매출도 1조5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