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부문을 떼내 새로 만드는 중소기업 지원 금융기관의 이름을 KDF(Korea Development Fundㆍ한국개발펀드)로 정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산은 민영화 정책을 입안하면서 KIF(Korea Investment Fund)로 이름을 지어놓았다.

개발금융과 산업은행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D(Development)와 B(Bank)를 모두 쓰지 말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정작 새 정부 들어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확정짓는 과정에서 KIF라는 이름을 사용하려 하자 문제가 생겼다.

애초부터 KIF(Korea Institute of Finance)라는 영문 이니셜을 쓰던 한국금융연구원이 서둘러 지난달 상표권 등록을 해놓은 것.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가 좋은 뜻에서 새로운 기관을 만들었다고 해도 1991년부터 사용하던 연구원 이름을 내줄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KIF라는 이름을 내줄 수 없다는 뜻을 정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정부는 하는 수 없이 I 대신 D(Development)를 사용키로 했다.

때마침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 시장안전판이 완전히 상실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책금융의 뉘앙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D(Development)는 유지하고,B(Bank)는 F(Finance)로 바꿔 KDF(Korea Development Finance)란 이름을 생각해 냈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개발금융이라는 상장회사와 이름이 겹쳤다.

이 회사의 영문 이름이 Korea Development Financing Corp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Finance에서 Fund로 바꾸고 말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확정된 KDF의 F(Fund)가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의 이미지가 강해 순수 정책금융기관 명칭에는 부적합하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