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PGA투어 긴트리뷰트 최종 라운드가 열린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리버타운CC 13번홀(파4·387야드).왼쪽으로 약간 꺾어진 홀로 드라이버샷을 우측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낙하 지점에 두 개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드로샷'을 구사해야 한다.

3,6,8,11번홀에서 4개의 버디를 잡으며 타수를 줄여가던 이선화는 이 홀에서 드로샷을 시도했다.

그러나 너무 당겨지면서 카트도로 쪽으로 공이 날아갔다.

나무가 가리고 있어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하기는 불가능했다.

'파세이브를 하자'고 결심한 이선화는 페어웨이로 공을 꺼냈다.

그린까지 거리는 40야드.핀을 향해 웨지로 친 샷은 거짓말처럼 홀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선화는 "조금 짧은 것 같았어요. 홀 앞에서 멈추겠구나 했는데 2∼3차례 튀더니 갑자기 홀 속으로 사라졌어요. 엄청난 행운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선두에 무려 9타 뒤진 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던 이선화는 그제서야 그린 옆에 세워진 리더보드를 바라봤다.

공동선두였다.

이선화는 "리더보드를 처음 본 것이 13번홀 끝나고 나서였어요. 잘하면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덧붙였다.

이선화는 18번홀에서 7.5m 버디퍼트를 떨구며 1타차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바로 뒷조에서 따라오던 캐리 웹(호주)도 이 홀에서 버디를 낚아 두 선수가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치른 연장 첫홀에서 이선화는 12m 지점에서 2퍼트로 파를 기록했다.

반면 웹은 7.5m 거리에서 버디퍼트에 실패한 후 90㎝ 파퍼트까지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했다.

이선화가 지난해 7월 HSBC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이어 10개월여 만에 통산 3승째를 따내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한국선수들의 기나긴 무승 기록도 마침표를 찍었다.

무려 27개 대회 만의 우승이다.

이선화의 9타차 역전은 투어 사상 두 번째 '최다 타수차' 역전우승이다.

최다 타수차 역전우승은 1964년 미키 라이트,2001년 아니카 소렌스탐이 달성한 10타차다.

우승 상금 39만달러를 받은 이선화는 상금랭킹 4위(65만6000달러)로 뛰어올랐다.

조건부 출전권자인 김송희(20·휠라코리아)는 1타가 모자란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연장전에 나가지 못했지만 3위를 차지해 시즌 네 번째 '톱10' 입상과 함께 상금랭킹 7위(50만9000달러)로 도약했다.

역시 조건부 출전권자로 신인왕을 향해 뛰고 있는 최나연(20·SK텔레콤)은 공동 6위를 차지하며 신인왕 레이스 1위를 지켰다.

박세리(31)는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9위에 올라 시즌 첫 '톱10'에 들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