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경험축적…프라임브로커리지 준비도

내년 국내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미리 운용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의 메카인 싱가포르 등지에 헤지펀드 전문운용사를 설립하고 '한국형 헤지펀드'를 출시하는 증권사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헤지펀드와 관련된 각종 업무를 지원함으로써 수익을 거두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는 곳도 있다.

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1억달러(한화 약 1천억원)를 투자해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사인 '우리앱솔루트파트너스(Woori Absolute Partners)'를 설립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투자금 1억달러 중 자본금 500만달러를 제외한 9천500만달러를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6천만달러와 3천500만달러씩 분산투자할 계획이며, 오는 17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2월 미국계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인 아틀라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손잡고 헤지펀드 전문운용사인 '케이아틀라스(K-Atlas)를 설립해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갔다.

한국금융지주는 현재 1억달러 규모로 신흥시장과 G7(선진7개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2억달러(약 2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헤지펀드 사업에 뛰어든 하나대투증권은 작년 11월 현지 법인과 합작으로 설립한 헤지펀드 운용사인 'HFG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로 구성된 펀드오브헤지펀드(재간접펀드)인 'HFG 코리아1호'을 국내 최초로 출시해 운용 중이다.

하나대투증권은 현재 2천500만달러(약 250억원)인 투자 규모를 앞으로 4천500만~5천만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영증권은 작년 말 헤지펀드들이 선호하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를 근거지로 한국시장에 100% 투자하는 롱.숏 펀드(두 종류의 주식을 선택한 뒤 하나를 매수하고 하나는 공매도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를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내놨다.

신영증권은 이를 위해 2006년 6월 케이만군도에 관련 법인 등록을 했다.

최근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헤지펀드 시장 진출이 늘고 있는 것은 내년 국내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등 급성장하는 해외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해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풍부한 운용 경험이 있는 현지 운용사들과 제휴를 통해 트랙레코드(운용실적)를 미리 쌓고 운용 노하우도 전수받겠다는 것이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본격 개막될 경우 증권사들에 새로운 수익을 제공하는 '블루오션'(신시장)이 될 프라임브로커지리 사업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있다.

프라임브로커리지는 다양한 투자기법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대출(신용, 대주)과 결제, 리서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나 이자수익을 벌어들이는 사업으로, 해외 투자은행(IB)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헤지펀드 운용 못지 않은 주요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대우증권은 프라임브로커리지 부문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대차거래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파생상품 수요 증가에 대비해 연계 업무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우증권은 또 2006년부터 영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애스펙트 캐피털(Aspect Capital)'과 제휴해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헤지펀드를 판매해 온 경험을 살려 헤지펀드 평가 등 상품 마케팅 역량을 축적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으며, 최근 사내에 2개의 헤지펀드 운용팀을 신설하는 등 헤지펀드 운용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