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트레일러 운송업자인 송모씨(45)는 요즘 치솟는 경유값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근 경유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트레일러를 굴리면 굴릴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그가 짐을 가득 싣고 서울~부산을 왕복한 뒤 화주로부터 받는 운송료는 80만원.왕복 운행을 위해서는 경유 400ℓ를 채워넣어야 하는데,기름값만 운송료의 81% 수준인 65만원에 달한다.

여섯 끼 식사비(3만원)와 고속도로 통행료 7만2000원을 빼고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고작 4만8000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돈으론 매달 수십만원에 이르는 차량 할부금과 차량 감가상각비,보험료,엔진오일 등의 제반 경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인건비는커녕 일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송씨의 하소연이다.

경유값의 고공행진으로 트레일러 트럭 버스 등 운송업자들이 '날벼락'을 맞고 있다.

선택적으로 차량 운행을 줄일 수 있는 일반 가계와 달리 화물운송업자,버스 차주 등 생계수단으로 경유를 사용하는 이들은 최근의 경유값 상승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운송차량의 다수를 차지하는 지입 차량(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 차량) 차주들 가운데 경유값 부담을 견디지 못해 운행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산하 화물연대 측은 현재 운행을 포기한 화물차가 전체의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택배 한진택배 등 대형 물류업체들도 '경유값 폭탄'에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5월 들어 경유가 상승으로 비용부담만 15% 늘었다"며 "수지를 맞추려면 배달 요금을 최소 30~40%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도 자재운송 등 하청업체들의 단가인상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버스사업자들도 올 들어 경유값 상승여파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파산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시외버스(고속버스 포함) 한 대당 월평균 적자액은 300만~400만원에 달한다.

연합회는 전국 시외버스 100개 업체 중 절반 가까이가 자본잠식 상태며,연간 누적 적자액은 3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버스사업자들은 국토해양부에 요금을 12.4~19.2%까지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일부 노선 운행을 줄이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