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 슈미트 < 美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목마 얘기를 떠올려 보자.당시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갖고도 10년 동안 트로이를 격파하지 못한 그리스의 아가멤논에겐 전혀 다른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그가 고집했던 포위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

영리한 오디세우스가 전혀 다른 전략을 고안해냈다.

성문을 밖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여는 방법이었다.

병사를 배안에 숨긴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평화의 선물이라며 트로이를 속였다.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를 성안으로 끌고 갔고 그리스 병사들은 야밤에 몰래 빠져나와 성문을 열었다.

기나긴 전쟁은 결국 하룻밤 사이에 끝이 났다.

트로이 목마는 남과는 전혀 다른 큰 생각으로 성공을 거둔 '빅 싱크(Big Think) 전략'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서의 성공 논리도 마찬가지다.

의사결정자들이 점진적 개선에 불과한 계획짜기에 매달려 있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독창적인 큰 생각으로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음악 시장을 보라.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시장은 업계 전체가 디지털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과 소송에 얽혀 미래 전망이 암울했다.

이때 음악과는 전혀 상관이 없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나타났다.

그는 아이팟과 아이튠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온라인 음반시장을 평정했다.

슈퍼마켓 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홀푸드는 품질에는 별로 신경 안 쓰던 슈퍼마켓업계에서 다른 길을 걸었다.

건강에 좋고 신선하며 영양많은 유기농 농산물로 승부를 걸었다.

애플이나 홀푸드는 기존 관행을 깨는 담대한 아이디어로 성장 기회를 잡은 '빅 싱크 전략'의 사례들이다.

큰 생각으로 세상을 바꾼 공상가들은 이제 어느 나라에서나 찾을 수 있다.

이 추세에서 한국이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기업은 물론 정부에도 때로는 무모하다 싶은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이 넘쳐야 한다.

시장과 인프라,나아가 사회 전반을 바꾸는 '큰' 생각을 통해서 미래를 건설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접근 방식이나 프로세스와는 전혀 다른 창의성이 필요하다.

한국인들은 분명 예전보다도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 똑같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15년여 동안 한국을 자주 방문하며 컨설팅을 했던 경험으로 말하자면 한국은 이제 모방을 그만두고 새로운 것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비전이 있어야 하고 이 비전을 실현할 배짱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관련된 모든 사람을 참여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빅 싱크 전략'의 핵심이다.

대담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내고 실현해야 한다.

점진적인 개선이 아니라 끊임 없는 혁신에 초점을 두는 커다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큰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차를 개발할 때 디자이너는 물론 엔지니어도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고 개발단계부터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획일적인 관료체제를 부수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키워야 한다.

특히 기존의 성공에 만족하는 조직이 아니라 변화를 중시하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빅 싱크 전략'은 미래의 전략이다.

특히 한국처럼 더 이상 저임금 국가와 경쟁할 수 없는 나라에 꼭 필요한 사고방식이다.

지금의 위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리더들이 중요하다.

과거의 절차나 틀에 박힌 계획짜기를 그만 두고,세상을 바꾸는 트로이목마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의 리더들이 배짱과 열정,끈기를 갖고 새로운 '큰 생각'을 찾아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번역=신희철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