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의 휴대폰 가격인하설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실제로 국내 휴대폰 부품업체들은 이미 대기업들로부터 단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LG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27일 "노키아가 기존 저가품의 재고 처리를 위해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삼성전자 임원의 입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노키아 가격 인하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노키아의 가격 인하는 이미 기정사실일 뿐 아니라 이를 전제로 한 단가 인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구두나 이메일을 통해 3분기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휴대폰 업체와 부품업체들은 분기별로 납품단가를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성훈 애널리스트는 "국내 업체들의 가격대응에 따라 휴대폰 부품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납품 관행상 가격인하 효과가 15일 소급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2분기 전체 수익성 약화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전망했다.

올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폰 부문에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부품업체들은 이익률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 관계자는 "현재 부품업체들은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거나 적자를 보는 곳도 있기 때문에 단가 인하를 심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나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 해외 휴대폰 업체와 거래하는 부품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며 "국내 대기업들은 이익을 과도하게 보전하기 위해 부품업체들에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가를 보더라도 올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27%, 40% 가량 상승하는동안 우량한 휴대폰 부품업체인 인탑스피앤텔은 되레 25% 안팎으로 하락했다.

신영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휴대폰 업체와 부품업체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 경쟁사의 부진과 원화 약세, 주력 시장 수요 증가 등으로 높은 점유율과 이익률이 기대되는 반면, 부품업체들은 성장률 둔화와 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익률이 꾸준히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